[광화문]금융, 이러면 아니아니 아니되오

[광화문]금융, 이러면 아니아니 아니되오

채원배 금융부장
2012.05.16 08:13

'카드 수수료 논란' '변액연금보험 수익률 파문' '저축은행 추가 영업정지'.

최근 금융계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이다. 한마디로 금융계가 바람 잘 날 없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퇴출당한 대형 저축은행들의 비리가 속속 드러나면서 저축은행 업계 전체가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리고 있는가 하면 카드사와 보험사들은 수수료와 수익률, 사업비 논란 등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로 금융권의 탐욕 논란이 불거진 이후 금융그룹들과 각 금융협회들이 사회 공헌방안을 내놓고 이를 실천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보다는 금융권에 대한 따가운 시선이 더 많다.

어쩌다가 한국 금융이 이 지경까지 왔을까. '금융 허브' '선진 금융'이라는 거창한 구호는 퇴색된지 오래고, 소비자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상황까지 온 것이다. 신뢰는 금융의 기본인데 말이다.

최근에 만난 전직 은행 임원은 "금융사들이 규모만 키웠지, 깊이는 채우지 못했다"며 "실적 경쟁만 있지, 고객과 진정으로 함께 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그는 "과거 은행 지점은 사랑방 역할까지 했다"며 "지금은 이런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자가 최근 적금을 들기 위해 모 은행 지점을 찾았을 때 창구 직원은 "정기적금 금리가 낮으니 저축성 보험을 가입하라"며 저축성 보험 홍보에 열을 올렸다. 저축성 보험의 세제혜택이 얼마나 큰지, 한 달에 몇십만원씩 넣고 10년이 지나면 얼마가 되는지 등 각종 장점만 나열했다.

보험의 사업비가 얼마인지, 중도해지할 때 손실은 얼마나 되는지 등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각 은행 창구 지점들의 이런 열정(?) 때문인지 요즘 서민들의 저축성 보험 가입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뉴스에 씁쓸함이 드는 건 왜 일까? 그건 아마도 '보험 해약률이 절반에 달한다'는 통계 때문일 것이다.

"나이 한 살이라도 젊을 때부터 은퇴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며 연금 상품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는 보험사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은퇴 이후 필요한 금액을 고객들에게 공포(?)스럽게 제시하면서 연금 보험 가입을 독려할 뿐 은퇴 후 어떤 삶을 살기 위해 오늘을 희생해야 하는지, 오늘 쓸 거 아끼고 연금에 가입하면 '그래서 무엇을 얻게 되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듣기 어렵다.

최근 금융소비자연맹의 부정확한 변액보험 수익률 분석에도 불구하고 파문이 일게 된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고객들은 그동안 보험의 보장성보다 수익률의 달콤한 얘기만 들어왔기 때문이다.

인간은 살면서 해결하지 못할 3가지 고민을 한다고 한다. 첫째는 재물에 대한 고민, 둘째는 사람에 대한 고민, 셋째는 자기 자신에 대한 고민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금융의 진정한 가치는 고객과 함께 재물에 대한 고민을 해 주는게 아닐까. 아무리 좋은 금융상품이라고 하더라도 재물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 주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금융사 영업점에서 고객이 처해진 상황을 이해하고 고객의 눈높이에서 금융 상담을 해 주는 금융인들을 많이 만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거창한 사회 공헌 계획을 밝히는 것보다 진정성으로 고객에게 다가가는 것, 그게 신뢰 회복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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