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창조를 위한 '낭비'를 해야할 때

[CEO칼럼]창조를 위한 '낭비'를 해야할 때

전원하 KRG 대표
2013.04.26 05:00
↑전원하 KRG 대표
↑전원하 KRG 대표

한류가 세계시장을 휩쓸고 있다. 어느덧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으로 활약하고 있다. 아닌 게 아니라 대중문화에 과문한 필자가 보기에도 요즘 한국에는 뛰어난 뮤지션이나 엔터테이너가 무수히 배출되고 있다. 그들이 우리 대중문화의 수준을 높이고, 그것이 세계적 상품으로서 한류의 기반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왜 그럴까? 물론 많은 대중문화인들 노력의 결실이겠지만, 무엇보다도 재능 있는 젊은이들이 앞을 다퉈 이 길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가수를 뽑는 TV 오디션 프로그램 지원자들은 몇 십만 명은 보통이고 몇 백만 명인 경우도 있다. 그 많은 젊은이들이 대중음악학원의 문을 두드리고, 분초를 아껴가며 훈련해 오디션에 도전한다. 그 이전에 얼마나 많은 청소년들이 아이돌 신화를 꿈꾸며 연예기획사 연습생의 길로 뛰어들고 있는가?

경제학적으로 보면 이만큼 어처구니없는 일도 드물다. 그 많은 청소년들 중 대중문화인으로서 성공의 길에 들어설 수 있는 수는 천에 한 명도 힘들다. 나머지 999명은 헛되이 돈을 쓰고 청춘을 낭비하는 셈이다.

하지만 어쩌랴. 바로 그 점이 한류를 키우는 토양이 되고 있다. 한류를 위해 돈과 정열을 낭비하는 젊은이들이 넘쳐남으로써 한류가 오늘과 같이 비상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 떠들썩한 창조경제를 일으키는 길도 사실은 이 '낭비'에 있다. 창조경제를 하려면 재능 있는 젊은이들이 혁신적 기술과 아이디어를 발굴해 새로운 제품 및 서비스 개발과 창업의 길에 앞 다퉈 뛰어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이 길이 청소년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여야 하지 않겠는가? 이 길로 가면 성공도 하고 보람도 있다고 여겨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불행하게도 요즘 젊은이들에게 창업은 전혀 매력적이지 않은 길로 여겨지고 있다. 공무원이나 대기업 같은 안정적 일자리를 우선하고 창업은 위험시된다. 실제로 창업이 위험하고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금융시스템은 젊은 창업자들의 패기와 정열을 오히려 위험한 눈초리로 본다. 젊은 창업자들이 대부분 금융시장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좌절한다. 그리고 그 좌절은 실패자의 낙인으로 남아 새 도전에 오랫동안 장애로 작용한다. 그리고 많은 경우 연대보증 시스템에 의해 그를 패가망신에 처하게 한다.

이래서는 창업이 매력적인 길로 비칠 리 없고, 그러면 창조경제란 한낱 공염불일 뿐이다. 재능과 정열이면 어렵지 않게 성공할 수 있고, 또 설사 실패하더라도 그것을 밑천 삼아 재도전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을 때 창업의 길이 매력적으로 비치지 않겠는가?

창조경제를 논할 때 많은 전문가들이 과거 벤처 붐의 폐해를 경고하곤 한다. 별 것 아닌 기술에 얼마나 많은 돈이 낭비 됐느냐고. 그래서 창업을 장려하되 기술 평가를 엄격히 해 옥석을 가려야 한다고.

일견 옳은 말 같지만, 신기술에 대해 그 정도 평가능력이 있다면 우리 사회는 이미 첨단 지식사회로 진화했을 것이다. 그리고 IMF 터널 속에서 꽃 핀 벤처 붐이야말로 우리 인터넷산업이 지금까지도 세계시장에서 한자리 차지하며 버틸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어떤 이름을 갖든 젊은이들의 창업 지원을 위한 펀드는 지원 요건을 대폭 완화해야 한다. 그로 인해 실패를 겪더라도 성실한 실패와 부정의한 실패를 구분해 전자의 경우 다시 지원을 받는데 아무런 장애가 없어야 한다. 상금이 풍족한 창업 오디션 프로그램을 만들어 젊은이들이 몇 십만 명씩 참여할 기회를 줘야 한다.

그로 인해서 많은 돈이 낭비될 것이다. 헛되이 인력이 투입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지난 정부처럼 강바닥에 쏟아 붓는 것에 비하면 이것은 낭비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우리 경제의 내일을 위해 꼭 필요한 낭비라 할 수 있다. 창조경제는 ‘창조를 위한 낭비’ 속에서만 꽃 피울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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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선 에디터

증권,굴뚝산업,유통(생활경제), IT모바일 취재를 거쳐 지금은 온라인,모바일 이슈를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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