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전 글로벌 자산운용사 프린시펄 글로벌인베스터스의 짐 맥코언 최고경영자(CEO)가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의 성적을 매겨 이목을 끌었다.
일본을 경기침체에서 구출해 내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중앙은행(BOJ) 총재가 'A-' 학점으로 1등의 영예를 안았다. 적극적인 '액션'으로 일본을 20년간의 경기침체에서 조금씩 끌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은 무난한 'B' 학점. '슈퍼마리오'로 불리던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낙제를 간신히 면한 'C' 학점으로 체면을 구겼다.
한국은행 김중수 총재의 학점은 얼마나 될까. 김 총재는 지난 2010년 4월 취임해 지난달로 4년 임기중 3년을 채웠다.
김 총재가 남다른 국제적 감각으로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과 교류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해 왔다는 점에 대해선 'A학점'을 받 을만 하다. 국제무대에서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와 근거리에서 우리 측 견해를 전달할 수 있는 입지를 마련한 것은 역대 다른 총재들과는 차별화되는 대목이다.
한은 총재가 버냉키 의장과 구로다, 드라기 총재 등 소위 '이너서클' 멤버와 쌓은 네트워크는 금융위기 등 절박한 상황에서 우리에게 가장 귀중한 자산이 될 수 있다. 중앙은행 총재의 고유 권한인 통화스왑도 평상시 이런 인적 네트워크가 바탕이 돼야 수월하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조기 양적완화 출구전략 모색과 같은 변화를 먼저 감지하고 국내에서 공론화한 것도 김 총재의 활약을 높이 평가할 만한 근거가 된다. 해외 기관과의 업무협력을 강화하고 직원들의 해외경험을 적극 장려한 점도 '플러스' 점수를 줄 만하다.
그러나 중앙은행의 본분인 통화정책 운용 면에서 보면 'B학점'을 주기도 아깝다는 평가가 적잖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0년부터 2011년까지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과정에서 적극적이지 못해 가계부채 규모를 키웠고, 거꾸로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려야 할 때 과감히 내리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다른 중앙은행들이 줄줄이 금리인하에 나서자 이달 뒤늦게 인하 행렬에 가담한 것은 수업 진도를 억지로 따라가는 모양새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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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다 총재와 비교되는데 대해 김총재는 "일본과 우리는 다르다"고 응수한다.
그러나 끊이지 않는 외부의 지적에는 한은이 적절한 시그널과 적극적인 통화정책으로 최소한 경제주체의 심리를 북돋아주는 역할을 제대로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 있다.
김 총재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마지막 기말고사 성적이 가장 중요하듯, 학점을 만회할 기회는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