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힘 받는 '보편적 복지' 수정론

[광화문] 힘 받는 '보편적 복지' 수정론

박영암 정치부장
2013.09.30 08:15
박영암 정치부장/사진=머니투데이
박영암 정치부장/사진=머니투데이

자존심 센 박근혜 대통령이 연이틀 머리를 숙였다. 만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월20만원씩 지급하겠다는 대선공약을 수정하겠다며 양해를 구했다.

사실 박 대통령의 복지공약 후퇴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의 “기초연금 등 보편적 복지공약은 대선 표를 의식한 좌파 포퓰리즘”이라는 자기 고백처럼 보편적 복지는 애시당초 새누리당과 박 대통령의 공약이 아니었다. 경제성장을 통한 일자리복지, 선택적 복지가 여권의 전유물이었다. 그런 만큼 ‘복지는 공짜가 아니다’라는 공감대를 만들면 박 대통령은 이번 사과를 지도력 강화의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자산-소득을 불문하고 모든 국민에게 동일한 혜택을 주겠다는 보편적복지에 대해 지난해 대선 당시 다양한 비판이 쏟아졌다. 아무리 재정상황이 좋아도 소득수준을 무시하고 모든 국민들을 위해 반값등록금, 무상보육, 고교무상교육, 4대 중증질환의료비 지원 등을 국가가 보장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불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제부처 장관을 지낸 민주당의 한 의원은 "반값 등록금 공약을 당론으로 정할 때 저소득층 학생이나 우수한 학생에게 등록금을 깎아줘야 하나 모든 대학생 등록금을 반값으로 하는 것은 가뜩이나 대학생이 과잉공급되고 있는 현실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어 도입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가 '아직도 장관인 줄 아느냐?'는 핀잔을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최근 65세 이상 노인의 지하철 무임승차에 대해 일정 소득이상(예를 들어 소득수준 상위 30%)은 돈을 내고 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보편적 복지는 신중함 도전의식 책임감 같은 '도덕적 자본'을 약화시켜 빈곤층의 가난탈출에 도움이 안 된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여기다 정부의 빈약한 곳간은 보편적 복지 수정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성급하게 ‘복지 샴페인’을 터트릴 경우 글로벌 경제위기의 마지막 안전판인 재정건전성이 급격히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미 불길한 징조는 나타났다. 복지예산이 사상 처음으로 100조를 넘어서면서 내년도 정부 살림살이는 25조 적자로 편성됐다. 문제는 이같은 적자가 박근혜정부 5년 내내 계속된다는 점이다. 적자 누적으로 국가채무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14년 515조원에서 2017년에는 610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사실상 정부가 원금 상환을 책임져야 할 공기업 지방정부 부채까지 책임져야 할 경우 국가채무 1000조원을 넘게 된다.

재정전문가들은 정치권의 포퓰리즘 법안에 따른 재정건전성 추가 악화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재정준칙을 서둘러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 재정(관리대상 수지)적자를 GDP(국내총생산)의 몇 % 이하로 유지할 지, GDP 대비 국가채무의 한도는 얼마로 할지 국민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참고로 EU(유럽연합)는 재정적자를 GDP 대비 3%, 국가채무 GDP 대비 60% 이내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정부 지출증대나 세입감소를 가져오는 법안을 제안할 경우 이를 상쇄하는 대안법안을 동시에 제출해야 하는 페이고‘PAYGO’(pay-as-you-go) 원칙도 하루빨리 도입해야 한다. 국회의원들의 무분별한 선심성 공약을 제어하기 위해서다.

보편적 복지로 양극화를 해소하면 경제도 꾸준히 성장할 것이란 보편적 복지론자의 주장은 이미 상당부분 설득력을 잃었다.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사태는 세금에 기반한 정부 복지가 경제성장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한낱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현실을 냉혹하게 보여주고 있다. 부자들에게서 세금을 더 걷어 국민 모두 행복하게 잘살아보자는 환상에서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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