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금감원, 이제 욕심을 버릴 때다

[광화문] 금감원, 이제 욕심을 버릴 때다

박영암 정치부장
2013.10.18 06:00

정치권의 금융당국에 대한 질타가 매섭다. 국정감사는 물론 정무위원회에서도 피해자 5만명, 피해액 2조원의 동양그룹사태에 대한 늑장 부실대응을 호되게 질타했다. 투자자 피해대책과 재발방지책을 마련해달라는 주문도 잊지 않았다.

그런데 이 모습은 어디서 많이 본 듯하다. 정확히 2년 전 부산저축은행사태의 '데자뷔'다. 당시에도 정치권은 금융당국의 부실감독을 질책했고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 심지어 2011년 5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금감원을 직접 방문, 투자자 보호를 위한 획기적인 금융감독체계 마련을 지시했다.

결과적으로 정치권의 '립서비스'잔치는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동양그룹사태는 2년 전보다 더 많은 피해자를 양산했다.

정치권은 물론 대다수 금융전문가는 금감원이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 보호 2마리 토끼를 다 잡는 것에 한계를 보인다고 지적한다. 외환위기를 계기로 통합출범한 태생적 한계 때문에 금융권의 건전성 감독에 우선순위를 둘 수밖에 없다고 인정한다. 새누리당 강석훈 의원이 공개한 자료가 이를 잘 보여준다. 2008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금감원의 건전성 감독과 관련한 제재는 1334건이지만 불완전판매 등 영업행위 관련 제재는 62건에 불과했다.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선량한 개인투자자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이 모색돼왔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대선 당시 '금융소비자 보호'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갑론을박 끝에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현행 금감원과 별개의 금융소비자보호원(가칭) 설립으로 의견을 모았다.

현행 금융감독체계의 골격을 뒤흔드는 거라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교통정리할 정도로 진통을 겪었다. 민주당도 별도 금융소비자보호기구 설립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세부적인 이견에도 불구하고 큰 틀에서 여야는 독립적인 금융소비자기구 출범에 뜻을 같이 한다.

이같은 흐름에 대해 금감원과 금융권의 불만이 적지 않다. 이들은 별도 금융소비자보호기구 출범을 △중복규제 △감독사각지대 발생 △정책실효성 미검증 △추가비용 발생 △블랙컨슈머 양산 등 여러 이유를 들어 반대한다. 그러면서 지난해 금감원 내부에 만든 준독립기구인 '금융소비자보호처'를 확대 발전시키자는 대안을 제시한다.

하지만 중립적으로 평가받는 국회 입법조사처도 별도 독립조직을 만들자는 주장에 견해를 같이했다.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영국, 호주 등은 각국 형편에 맞게 금융감독체계를 운영하지만 금융소비자 보호 감독은 공통적으로 정부의 금융산업정책과 독립적"이라고 소개했다. 즉 인사, 예산, 조직형태 등은 국내 현실에 맞게 의견수렴해야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금융소비자보호청(CFPB)처럼 독립기구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금융산업의 성장에는 시장참가자 간 신뢰라는 토양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믿음, 정직, 책임 등 사회적 자본이 축적돼야 IT(정보기술)·자동차산업 같은 글로벌 경쟁력을 기대할 수 있다. 별도 전담조직을 통한 투자자 보호와 시장참여자 간 신뢰회복이 뒷받침돼야 세계 80위권 금융경쟁력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감독기구들이 서로 정보공유를 통해 (중복규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에는 새 조직에 대한 우려를 불식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배어 있다. 그런 만큼 감독당국은 새 조직이 금융소비자 신뢰회복과 금융산업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현명하다. 이것이 동양그룹사태에서 배우는 핵심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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