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응답하라, 2013 수험생들

[MT시평]응답하라, 2013 수험생들

진양곤 기자
2013.11.15 06:00

수능이 끝났고 사찰의 불공소리도 잦아들었다. “자유롭게 굽이치는 시내를 밋밋한 도랑으로 만드는 교육” 속에서 12년을 보낸 수험생 여러분들, 고생 참 많으셨다. 면접 등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겠지만, 결과와 상관없이 조만간 험한 세상을 향해 뛰어들어야 할 여러분들에게 필자가 좋아하는 몇 편의 시로 위로와 격려의 마음을 전하고자 한다.

“수 많은 시간을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 꽃들이 햇살을 어떻게 받는지 / 꽃들이 어둠을 어떻게 익히는지 / 외면한 채 한 곳을 바라보며 / 고작 버스나 기다렸다는 기억에 / 목이 멜 것이다.”(조은 ‘언젠가는’)

수험생 여러분들이 오매불망 기다려온 버스는 올 수도, 그냥 지나가 버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버스를 기다리느라 잊고 살았던 소중한 것들을 한번쯤 돌아볼 시간이다. 수년간 밤잠과 싸운 건 그대들 만이 아니다. 그대들의 어린 투정들을 가슴에 묻고, 숨죽이며 살아 왔을 그대들의 어머니를 살포시 안고 말하시라. “엄마, 그 동안 고생 많았고 고마워요.”

“건강한 아이를 낳든 / 한 뙈기의 정원을 가꾸든 / 사회 환경을 개선하든 / 자기가 태어나기 전 보다 /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 자신이 한 때 이곳에서 살았음으로 해서 /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랄프 왈도 에머슨 ‘무엇이 성공인가’)

우리 모두는 성공을 꿈꾼다. 여러분들이 눈꺼풀을 뒤집어 까며 밤을 밝혀야 했던 시간들 또한 성공한 삶에 좀 더 다가서고자 함이었으리라. 이제 어른들이 말하는 성공이 아닌, 삶의 진정한 주인으로서 성공에 대한 정의를 스스로 내려볼 때가 되었다. 그러면 알게 되리라. 성공적인 삶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음을.

“한 시인이 어린 딸에게 말했다 / 착한 사람도, 공부 잘하는 사람도 다 말고 / 관찰을 잘하는 사람이 되라고 / 겨울 창가의 양파는 어떻게 뿌리를 내리며 / 사람은 언제 웃고, 언제 우는지를 / 오늘은 학교에 가서 / 도시락을 안 싸온 아이가 누구인가를 살펴서 / 함께 나누어 먹으라고.”(마종기 ‘딸을 위한 시’)

지난 시간, 친구는 또한 경쟁자이기도 했을 것이다. 여러분들 미래의 상당부분은 친구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따라서 참된 친구를 만나고 그들과 연대하며 배려하는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서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트며, 그 물길이 만들어내는 큰 강은 아무 의미 없이 흐르지 않으니” 말이다.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씌어지지 않았다 /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다/ (중략)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 그때 비로소 진정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 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나짐 히크메트 ‘진정한 여행’)

여러분들의 선택이 자발적인 것이었기를 간절히 바란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이 아직도 세상의 눈과 부모님의 권유로 미래를 결정하는 게 현실이고 보면 ‘응답하라 1994’에서 “난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 지 무엇을 싫어하는지 조차도 모른다”는 대학 1년생 빙그레의 탄식이 남의 일이 아님을 느끼게 될 수도 있다. 이제 여러분의 진짜 적성을 스스로 알아내고 그 길을 주저 없이 선택해야 할 시간이다. 적성이란 어떤 과목이나 무슨 일을 더 잘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놀이의 상태에 근접하는가’라는 것이라고 한다. 물살에 휩쓸리 듯 살아온 지난 학창시절은 그랬다 치고, 이제라도 내가 진정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를 발견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급급했던 기성세대와는 다른 삶을 살아주길 바란다. 그리고 꼭 기억해 주시길. 여러분의 삶에서 가장 화려한 날은 오지 않았음을.

“시작하라 / 다시 또다시 시작하라 / 모든 것을 한입씩 물어뜯어 보라 / 또 가끔 도보여행을 떠나라 / 자신에게 휘파람 부는 법을 가르치라 / 거짓말도 배우고 /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들은 너 자신의 이야기를 / 듣고 싶어 할 것이다 / 그 이야기를 만들라 (중략) 완벽주의자가 되려 하지 말고 / 경험주의자가 되라.”(엘렌 코트 ‘초보자에게 주는 조언’)

필자가 경험을 통해 가장 신뢰하는 말 중 하나가 “인생의 폭이 협소한 사람일수록 운명의 지배를 더 받게 된다”는 것이다. 세상과 더 많이 부딪쳐보길 바란다. 실패의 아픔은 잊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용기가 없어 그냥 보내야 했던 일은 보상 받을 길이 없다. “그때 그랬어야 했어” 라는 회한을 가슴에 담고 살아가는 일이 여러분들에겐 없기를 바란다.

시험은 끝났다. 이미 돌아갈 수 없는 지난 일이 되어 버린게다. ‘지금의 나는 지난 날 내 행동의 결과’라는 말, 밉상스러운 말이지만 맞는 얘기다. 우리 모두는 결과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미래의 나 또한 지금의 행동으로 만들어 갈 수 있는 게 인간이다. 이번 시험은 여러분들의 인생에서 만나게 될, 수 없이 많은 선택과 결정의 하나일 뿐이다. 따라서 결과에 너무 연연해 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슴 아파할 수험생들에게 영화 대사 한마디로 위로를 전한다. “결국엔 다 괜찮아질 거예요. 그렇지 않다면 아직 때가 아닌 거죠.”

새로운 시작 앞에 서 있는 수능생들, 힘내라.

그리고 20년 후 멋진 모습으로 2013년의 자신에게 응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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