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진핑 시대가 시작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진짜 변화는 지금부터다. 지난달 12일 끝난 18차 3중전회에서 시진핑 주석이 미래 10년 중국의 마스터플랜, 소위 중국판 '개혁2.0'을 선보였다. 시진핑의 '개혁2.0' 버전은 처음부터 기대가 컸다. 후진타오시대 두 자릿수 성장에서 7%대로 낮아진 성장률을 일거에 회복할 덩샤오핑의 '개혁1.0'에 버금가는 경제개혁안을 내 놓을 거라는 기대를 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경제개혁이 아니라 제도개혁에 중점을 두고 그 개혁의 시간표도 2020년까지 점진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대국은 절대 길들여지지 않는다. 중국은 미리 예측하고 먼저 가서 기다리지 않으면 당한다. 시진핑은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국가안전위원회'와 이 개혁을 추진할 새로운 조직을 만든다는 결정을 했다. 국가안전위원회 설립 발표 이후 첫 번째로 나온 것이 바로 우리 이어도를 포함한 방공식별구역 발표다. 중국은 이런 나라다. 한국에서는 중국의 개혁안이 무엇인지 관심도 별로 없었지만 결과는 치명적이다.
이번 개혁에서 또 하나 한국기업이 주목할 것은 중국 국유기업 개혁이다. 국유기업의 부정부패와 비효율만 없애도 GDP가 20~30%는 바로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새 정부는 국유기업의 효율화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형식은 국가와 민간이 공동 소유권을 갖는 '혼합소유제'를 한다고 해서 실망이라는 평이다.
하지만 세부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국유기업 운영을 싱가포르 테마섹과 같은 방식으로 자본을 통한 통제방식으로 바꾸어 효율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종업원지주제, 스톡옵션 같은 보너스제도를 도입하는 동시에 현재 이익의 5~20%에 불과한 국유기업 사회보장기금에 대한 출연비율을 30%까지 올리도록 해 효율성을 높이지 않으면 견딜 수 없도록 하는 '채찍과 당근'을 동시에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국유기업의 민영화와 시장화는 국유기업이 지금처럼 정부가 감싸고 보호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경쟁의 장터로 내몰 싸움닭'이라는 것이다. 그 경쟁상대는 바로 중국에 진출한 외자기업이다. 또한 이는 외자기업을 지금까지 돈과 기술을 투자해준 고마운 기업에서 이젠 국유기업과 경쟁을 하는 '외국에서 온 늑대'로 본다는 의미이다.
중국에는 '말 잘 안 듣는 원숭이를 길들이려면 먼저 닭을 죽여 피를 보여준다'는 말이 있다. 먼저 잘 나가는 세계적인 다국적기업 하나를 시범케이스로 손 보면 한방에 외국기업과 중국 국유기업의 잘못된 관행을 고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지금 한중 수교 20년 만에 한국기업은 중국에서 가장 위험한 시기를 맞은 것 같다. 외자에 대한 우대조치가 완전 철폐되고 최저임금제와 4대보험 무도입 등을 시작으로 노동·세금문제에 대해서도 범처럼 무섭게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가 국유기업 개혁 역풍에 여차하면 중국 진출 한국 기업이 유탄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시범케이스로 걸리면 한 방에 간다. 환경, 품질, 구매, 조세, 노동문제 모두가 이젠 중국 진출기업의 족쇄가 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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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환경과 품질에서 걸리면 답이 없다. 인터넷과 핸드폰이 대세가 된 지금 중국에서는 정부가 직접 벌주는 것보다 국영 CCTV의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이 더 기업을 길들이기 쉽다. 이미 KFC, 폭스바겐, 애플, 삼성전자가 당했다. 한번 매스컴을 타면 소비자들이 벌떼같이 일어나기 때문에 바로 사과하고 시정하지 않으면 회사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
중국이 집을 짓는다고 하면 호주의 철광석과 캐나다의 목재회사가 웃는다. 중국이 호주의 최대 철광석 수입국이고 캐나다 목재 수입의 큰 손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아이 하나를 더 낳게 하겠다고 하자 뉴질랜드의 소가 웃고 미국의 옥수수회사 사장이 좋아서 죽는다. 분유의 최대 수입국이 뉴질랜드이고 소 사료인 옥수수의 소비가 대량으로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베이징에서 상하이까지 걸친 동부연안의 독성 스모그에 일본의 미세먼지 거르는 마스크용 부직포 회사가 대박 났고 한반도는 목감기로 죽어나고 있다. 베이징의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한반도에는 비가 내린다.
이젠 진정 베이징의 나비효과를 심각하게 생각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