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정보 유출 사건이 터진지 20일이 지났다.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던 불길은 어느 정도 잡혀가고 있다. 영업점을 찾는 고객들의 발길이 줄었고 하루 100만명이 넘었던 재발급, 해지 신청도 절반 정도로 감소했다.
정부는 국민 불안감이 빠른 속도로 안정화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정부가 신속히 대책을 쏟아냈지만 정부의 노력으로 불길을 잡았다고 인정해 주기는 어렵다. 오히려 탈 만큼 다 타서 더 탈 게 없어졌다고 보는 게 맞을 듯하다.
더 이상 지적할게 없다고 할 정도로 개인정보와 관련된 거의 모든 내용들이 도마에 올랐다. 우리 사회시스템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주민등록번호 체계 변경 논의까지 나왔다.
20여일의 시간이 지났지만 이번 정보유출로 인한 피해 사례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이야기한 것처럼 '유출은 됐지만 유통은 안됐다'는 이야기가 현재까지는 맞다고 보여진다.
하지만 유통이 안됐다는데 개인정보는 시중에 흘러 다닌다. 기자들이 그리 힘들지 않게 정보유통 브로커들을 직접 접촉할 수 있었고 이번에 유출된 정보 말고도 개인정보는 흘러넘칠 정도로 많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결국 이번 카드 3사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전에 우리는 이미 벌거벗고 있었다는 얘기다. '임금님이 벌거벗었다'고 소리친 아이처럼 이번 사건은 우리 개인정보가 이미 광범위하게 노출돼 있음을 '소리친' 사건이다.
정보유출 사고로 벌거벗도록 강요해 왔던 금융회사들의 행태가 드러났다. 필요 이상으로 고객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다른 곳에 제공하도록 강요했다.
하지만 우리가 벌거벗게 된 게 강요된 것만은 아니다. 경제부총리가 '우리가 다 동의해 준 게 아니냐'고 말했다가 정말 옷 벗기 직전까지 갔지만 우리 스스로 내 정보의 소중함을 크게 느끼지 못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실례로 정보 유통업자들은 아파트 주차장만 한바퀴 돌아도 수많은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자동차에 꽂아둔 명함에는 휴대폰 번호, 다니는 회사 이름과 주소, 직장 전화번호가 다 나온다. 여기에 자동차 번호와 차종은 덤이다. '아이가 타고 있어요' 스티커가 있다면 어린 아이가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또 아파트 호수를 적어놨다면 집주소와 아파트 평수까지 확인할 수 있다. 정보유통업자들은 이런 정보들을 재가공해 대출모집인 등 정보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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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으로 내 정보를 허술하게 관리한 금융회사와 이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정부에 분노해야 하지만 내 스스로 내 정보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는지도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8500만건의 정보가 유출됐지만 유출 여부를 확인한 건수는 아직 1170만건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