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프랑스의 변화와 일본의 교훈

[우리가 보는 세상]프랑스의 변화와 일본의 교훈

송지유 기자
2014.03.20 06:11

프랑스에는 100여년전부터 일요일에 일을 하지 않는 전통이 있다. 근로자들의 휴식 권리와 종교적인 안식일을 보호하자는 것이 그 취지다. 1906년에는 '일요노동금지법'을 제정해 법적으로도 일요 근무를 금지했다.

거의 모든 상점이 문을 닫는 만큼 '프랑스에서는 일요일에 쇼핑할 수 없다'는 것이 정설로 통했다. 오마마 미국 대통령 일행이 프랑스를 방문했는데 영부인과 딸들이 쇼핑을 할 수 없게 되자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이 옷가게에 문을 열어달라고 요청하는 헤프닝이 벌어졌을 정도다.

하지만 이같은 프랑스도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였다. 지난 2009년부터 빵집, 꽃집 등 소규모 자영업자와 관광·온천 지역 소매점, 인구 100만명 이상 대도시 대형점포의 일요일 영업을 허용했다. 급기야 올해 1월에는 '카스토라마', '르루아 메를랭' 등 대형 인테리어.가정용품 판매점의 일요일 영업도 허용됐다.

물론 대형 판매점의 일요일 영업이 허용되기까지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경쟁사들이 일요일에 영업을 하는 대형업체를 고발해 법정 소송이 진행됐고 프랑스 법원은 일요일 영업을 불법으로 판결했다.

하지만 이들 업체는 일요일 매출이 전체의 20%를 차지한다며 법을 어기면서 영업을 계속했다. 매장 직원들은 일요일에 일하면 수당을 더 받는데 일할 권리를 왜 뺐냐며 거리로 뛰쳐나왔다. 소비자들도 편하게 쇼핑할 권리를 찾고 싶다며 일요일 영업에 찬성했다.

일본은 중소유통업체를 보호하려고 대형마트 영업규제에 나섰다가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다. 일본 정부는 1973년 '대규모소매점포법'을 제정해 대형마트의 신규출점, 영업시간, 휴업일 등을 강제로 조정했는데 온갖 부작용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출점 규제는 우회 출점으로 이어져 실효성을 잃었고, 영업 규제는 소비자 편의성을 저해한다는 비판에 시달려야 했다.

결국 일본은 2000년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를 전면 폐지했다. 30년 가까이 대형마트를 규제로 옭아맸지만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현재는 교통 등 주변 인프라 구축 등에 대한 간접 규제 외에는 대형마트 관련 규제는 없다.

글로벌 최대 유통시장인 미국은 연방정부 차원의 직접 규제가 없다. 시카고, 워싱턴 등 일부 도시의 시의회가 대형마트 입점제한을 시도한 적은 있지만 지자체장이 소비자선택권 보장, 지역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을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오히려 상권이 좋은 지역에서는 대형마트나 기업형슈퍼마켓(SSM)이 24시간 영업을 하기도 한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2014년 대한민국 유통업계 현장을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곤두박질 치자 결국 신규채용 계획을 보류하고 마케팅·판촉 비용을 줄이고 있다. 청와대는 내수 진작을 꿈꾸는데 현장은 규제에 발이 묶여 신음하고 있다. 내수의 최전선이자 바로미터인 대형마트가 허리를 졸라매는데 무슨 수로 내수가 회복되겠나.

유럽 등 선진국의 대형유통점 규제는 국민 건강과 환경, 교통 등을 염두에 둔 사회적인 이유다. 한국과 똑같이 '중소상인 보호'라는 경제적인 목적만으로 규제법을 만들었다가 실패한 일본의 교훈을 되새겨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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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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