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 원숭이와 세월호 선장의 공감능력

[MT시평] 원숭이와 세월호 선장의 공감능력

이항우 기자
2014.06.03 07:15
이항우 충북대 사회학과 교수
이항우 충북대 사회학과 교수

찰스 다윈의 후기 저서 '인간의 유래'에는 한 동물원 사육사 이야기가 나온다. 그 사육사는 원숭이 우리 바닥에 엎드려 작업을 하던 중 사나운 개코원숭이의 공격을 받아 뒷목에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그가 가까스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같은 우리에 살고 있던 덩치가 작은 아메리칸원숭이의 도움 덕분이었다.

그 원숭이는 평소 사육사를 잘 따랐지만 거대한 개코원숭이에 대해서는 매우 큰 공포심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개코원숭이의 공격으로 사육사의 생명이 위험에 처하자 이 작은 원숭이는 지체 없이 달려와 소리를 지르고 개코원숭이를 물어뜯기까지 하여 그가 죽지 않고 탈출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아메리칸원숭이의 목숨을 건 용감한 구조행동이 사육사를 살린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 다윈은 인간만이 아니라 다른 동물들도 남이 조난에 처하면 자신의 생명을 걸고서라도 도울 줄 아는 공감능력을 지녔다는 사실을 보여주려 했다.

세월호 참사의 깊은 상처로 여태 아픈 우리는 다윈의 이야기에서 한 편으로는 어떤 위안을 얻게 되고 다른 한 편으로는 말 못할 자괴감에 빠져들게 된다. 다윈은 우리가 생존경쟁의 대상인 남의 고통과 불행을 공감하고 함께 아파해 하는 근원적 이유를 '자식에 대한 사랑'에서 찾았다. 자식은 엄밀히 말해 남이지만 내가 낳은 남이라는 점에서 여느 남들과 다르다. 그래서 자식이라는 남의 고통은 곧 나의 고통으로 전이되기 쉬우며, 이로부터 인간은 자식이 아닌 남의 고통에 대해서도 공감할 줄 아는 능력을 키워왔다.

"가만히 있으라"는 말로 수백 명의 승객을 침몰하는 배에 가둬둔 채 유유히 탈출한 선장과 선박직 선원들. 자기들도 물에 빠져 죽을 것 같아 구조명령을 따르지 못했다는 해경. 구조는 애당초 포기한 듯 팽목항에서 수십 여분 떨어진 곳에서 작전회의를 했다는 구조본부. 이들의 행동에서는 절체절명의 순간이 요구하는 비상한 직업윤리나 책무는 고사하고 제대로 된 인간적 공감능력의 발현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남이야 죽든 말든 자신만 살면 된다는 생각과 행동이 인간의 참모습 혹은 본성에 어울리는 것이 아닐까라는 의문에 이르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극단적인 의심의 나락에서 허우적대지 않아도 된다. 그들의 행동이 불가해할 정도로 냉혹하고 무심한 것이었음에도, 자식의 고통에서 비롯된 남의 고통에 대한 우리의 공감은 인간의 분명한 본능이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 다윈은 자연의 선택은 진화적으로 남에 대한 공감능력이 큰 개체와 종과 공동체에게 더 유리한 방향으로 작용했다고 말한다. 공감은 공동체가 더 크게 번성하고 더 많은 후손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공감능력은 모든 종의 개체는 그것이 생활하는 환경에 가장 적합한 것만이 살아남고 부적합한 것은 소멸한다는 진화론의 생존경쟁과 자연도태 논리와 배치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을 강화한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는 언뜻 이와 정반대 사실을 보여주는 것처럼 보인다. 끝까지 어른의 구조를 믿고 기다린 수백 명의 아이와 마지막 순간까지 승객 대피에 온몸을 바친 박지영씨와 양대홍씨 같은 의인들은 끝내 살아돌아오지 못했다. 반면 아메리칸원숭이만도 못한 이준석 선장과 대부분의 선박직 선원은 해경에 의해 가장 먼저 구조되었다.

한 공영방송 사장은 팽목항에서 미소를 머금은 기념사진을 찍었다. 한 대형교회 목사는 가난한 아이들이 불국사로 여행할 것이지 언감생심 제주도는 왜 가려 했냐고 설교했다. 한 유명 대학교수는 교통사고에 지나지 않는 세월호 사건을 두고 웬 야단법석이냐며 동료 교수들을 질타했다. 정녕 이들이 오늘날 한국사회의 우세종이 되었다면 우리에게 남은 선택은 그들을 그 자리에 있게 한 사회환경을 바꾸는 길밖에 없다. 그것이 진화의 법칙이 구현되는 방식이다. 다행히도 내일이 선거일이다. 통곡과 공감의 눈물과 불통과 위선의 눈물을 분별하는 우리의 한 표는 세상을 바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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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희 기자

안녕하세요. 편집국 천상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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