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배출권거래제, 물러설 일 아니다

[기자수첩]배출권거래제, 물러설 일 아니다

세종=유영호 기자
2014.06.05 07:15
경제부 유영호 기자
경제부 유영호 기자

2일 서울 여의도동 중소기업회관에서 환경부 주최로 열린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안)' 공청회.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400여명의 참석자가 몰려 빈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높은 관심만큼 각계가 참여한 토론도 뜨거웠다.

재계와 정부·환경전문가는 내년부터 시행하는 배출권거래제를 놓고 극명히 대립했다. 재계는 산업경쟁력 저하를 이유로 전면 재검토를 주장하고, 정부와 환경전문가들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계획대로 도입해야 한다고 맞섰다.

재계는 내년 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되면 초기 시행 3년간 최대 28조5000억원의 추가 부담액을 지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정부가 추산한 감축비용 1조1000억~2조7000억원보다 10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배출권거래제 도입으로 기업들의 추가 부담이 생기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재계의 추산은 제도의 극단적 실패를 가정한 것이다. 모든 업체가 배출권 확보에 실패해서 배출탄소 톤당 10만원의 과태료를 물었을 때를 계산한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기업들을 과도하게 배려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2020년 배출전망치(BAU) 대비 30%지만 산업부문에 할당된 감축목표는 전체의 절반을 약간 웃도는 16.6%(2015~2017년)에 그쳤기 때문이다. 탄소배출량이 가장 많은 부문인데도 할당량을 최소화한 것이다.

재계는 우리나라가 선제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미 전 세계 38개국에서 배출권거래제를 시행 중이다.

특히 그동안 온실가스 규제에 소극적이었던 미국은 최근 2030년까지 발전소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5년 대비 30% 감축하는 고강도 온실가스 규제안을 발표했다. 중국도 6개 성에 배출권거래제를 시범 도입하는 등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하고 있다.

무엇보다 내년 초안이 마련될 '신기후체제'에서 한국은 의무감축 국가에 포함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국제사회가 한국을 바라보는 눈높이는 더 이상 '중진국, 개발도상국'이 아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배출권거래제 등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 노력은 경쟁력과 직결된다.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탄소라벨링이 확산되는등 저탄소 소비 기조가 확산되고 있다. 저탄소 경영이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외출할 때 비오기를 바라며 우산을 챙기는 사람은 없다. 미리 대비할 뿐이다.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라면 미리 준비하는 게 현명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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