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보는세상]'경단녀' 이모들의 하소연

'워킹맘'에게는 가슴 철렁하는 순간이 있다. 그 중 강도가 가장 센 것은 갑자기 아이를 봐 줄 사람이 없을 때. 육아에서 가족의 도움을 받지 않는 워킹맘이라면 아이를 돌봐주는 베이비시터, 이른바 '이모'가 그만둔다고 할 때다.
갑자기 어디에 맡겨야하나, 새로운 분을 어떻게 구하나, 애가 적응할 수 있을까 등으로 고민을 거듭할 때면 "흰머리 나는 소리까지 들린다"는 지인도 있다.
딸아이에게 얼마전 네번째 이모님이 오셨다.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이모님을 찾는 과정은 예전과 다르지 않았다. 커뮤니티 등 온라인 사이트를 뒤지고 여기저기 공공·사설 아이돌봄센터에 전화하고, 주말에 몰아서 면접을 보는 지난한 여정이다.
하지만 7~8년전 첫 이모님을 구할 때와 확연히 달라진 점이 보였다. 이모들의 '스펙'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경제적으로 전혀 일을 할 이유가 없어 보이는 대형 시중은행 지점장 사모님에서부터 외국계 무역회사 부장, 의류회사 디자이너 출신 등 과거 경력이나 이력이 화려했다. 50대초중반이지만 평소 헬스, 등산 등 운동을 열심히 한다는 한 이모님은 30대 후반의 외모였다.
근무조건이나 육아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눠야하건만 기자적 호기심이 발동했다. "왜 일을 하려고 하나"라는 질문에 "애도 컸고 몸도 건강한데 놀면 뭐하냐"라는 답이 돌아왔다. 좀 더 생산적으로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바람이 간절했다.
40대 후반부터 꾸준히 재취업을 알아봤다는 한 이모님은 결혼, 출산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다시 정규직을 알아봤지만 갈 곳이 없었다고 했다. 그렇게 40대를 보내고 나니 나이가 들어 이제는 할 수 있는 게 시간제 아르바이트밖에 없더라고 푸념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여성 고용률은 50.2%로 사상 처음 50%를 돌파했다. 여성 고용률은 20대 후반과 50대 초반을 중심으로 올라갔는데, 특히 50∼54세 여성 고용률(65.2%)은 작년 동기보다 1.9%포인트 늘어 연령 중 증가 폭이 가장 컸다. 기자가 만난 이모들이 여성 고용률을 끌어올린 셈이다.
반면 30대 후반, 40대 초반 기혼여성 취업자는 감소했다. 가사와 육아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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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학력 경력단절 여성이 직장을 구하려 해도 구할수 있는 일자리 질이 낮아 경제활동에 참가하지 못하다가 50대가 돼서야 시간제 비정규직을 얻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이모들은 50대에 시간제 일자리 찾기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어디서 어떻게 구해야하는지 막막하기 때문. 정부 정책 발표만 보면 방법이 많은 것 같은데 조건이 까다롭고, 언제 연결이 될 지 마냥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그나마 인터넷 검색이 서툴고 지인 소개라도 없으면 시간제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엄두도 못낸다.
얘기를 나눈 이모들의 한결같은 당부 중 하나는 절대 회사를 그만두지 말라는 것. 여성이 고용시장에 다시 진출하기에 여전히 우리사회의 벽이 높다는 얘기다.
현 정부는 시간선택제 일자리, 육아휴직 확대 등 여성 고용률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펴고 있다. 하지만 일자리의 '양'이 느는 만큼 '질'도 좋아지고 있는지, 30대 후반과 40대 초반 여성의 노동시장 재진입을 위한 맞춤형 정책이 제대로 시행되는지는 따져볼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