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쇼는 계속 되어야 하기에···

[기자수첩] 쇼는 계속 되어야 하기에···

이언주 기자
2014.08.11 05:51

"6대 6, 그래도 공연은 올리자."

얼마 전 막을 내린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가 공연을 앞둔 상황. 극장 연습실에 모인 주·조연 배우 12명이 이날 공연을 올릴 것인지 여부를 다수결로 정했다. 앙상블 배우들은 선배들의 결정에 따르기로 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들은 모두 밀린 출연료를 받지 못한 상태였다. 지난달 29일 저녁, 공연시작 15분 전, 배우들은 '공연취소 결정'이란 극단의 조치를 취했고 이후로도 아슬아슬한 찬반 거수는 계속됐다.

이번 사태에 지켜본 한 배우는 "일부 제작자들은 배우들이 무대를 좋아하고, 관객들의 박수로 사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이용한다"며 "연극판은 그나마 의리라도 있지, 뮤지컬계는 배우출연료 떼먹는 일이 부지기수"라고 했다.

배우도 생활인이고, 한 가정의 가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은 힘들고 절망스러워 포기할법한 순간에도 'The Show must go on'(쇼는 계속 되어야 한다)이라는 말을 떠올린다고 한다.

공연 취소를 결정했던 배우들도 마지막 순간까지 이 말이 가슴을 방망이질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두 도시 이야기'에서 포악하고 불합리한 귀족의 만행에 반기를 든 프랑스 민중처럼 힘든 결심을 했다. 어쩌면 돈을 받지 못해도 무대에 오르는 것이, 공연도 못보고 돌아가는 관객들을 바라보는 심정보다 편했을지 모르는 배우들이다.

이번 뮤지컬에 출연했던 배우들은 "작품에 대한 투자가 제대로 이루어진 것을 확인하고 출연계약을 했는데, 그 돈은 어디로 간 거냐"며 "온갖 소문은 들리지만 진실은 알 수 없다"며 답답해했다.

뮤지컬시장이 커지고 작품 수가 많아져도 돈 벌었다는 제작사를 보기 힘든 것은 구조적 결함이 분명 있다는 것이다. 투자받은 돈을 앞서 손해 본 작품의 빚을 갚는데 쓰기 바쁘고, 일부 톱스타의 고액 개런티를 챙겨주느라 앙상블이나 스태프들의 임금은 뒷전이 되는 악순환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속이 텅 빈 한국 공연계의 생태계가 여실히 드러난 때마침, 12일 문화체육관광부는 공연계 관계자들과 함께 '공연예술 정책 대토론회'를 연다.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공연예술이 제대로 뿌리내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성장방안을 강구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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