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다산에게 묻다...‘1등급 아이 키우는 법’

[광화문]다산에게 묻다...‘1등급 아이 키우는 법’

송정렬 부장
2014.08.15 07:00

"세상이 무서워서 앞으로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

 "…."

 얼마 전 자고 있는 두 아이를 보면서 아내와 나눈 대화다. 세월호 참사와 연일 터지는 병영사고를 보면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라도 같은 심정일 것이다.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맨얼굴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가슴이 먹먹해진다.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됐나"라며 분노가 치밀기도 한다. 하지만 그 분노는 다름아닌 나 자신을 향한다. 이 사회를 이 수준으로 만든 일원이라는 자괴감을 떨쳐낼 수 없어서다. 그래서 마음이 더욱 참담해진다.

 정부는 '적폐 청산'을 외치며 '국가 개조'를 선언했다. 무수한 말이 난무하지만 딱 부러진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애초 '적폐'라는 것이 어디 한두 부분을 고친다고 하루아침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결국 출발점은 그동안의 우리에 대한 성찰이다. 화두도 '앞으로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가 아니라 '그동안 우리는 어떻게 살았고, 아이들을 키웠나'로 바꿔야 한다. 그래야만 아이들에게 과거와 다른 미래를 남겨줄 수 있다.

 "세상에는 두 가지 큰 저울이 있다. 하나는 시비 즉 옳고 그름의 저울이고, 하나는 이해 곧 이로움과 해로움의 저울이다. 이 두 가지 큰 저울에서 네 가지 큰 등급이 생겨난다. 옳은 것을 지켜 이로움을 얻는 것이 가장 으뜸이다. 그 다음은 옳은 것을 지키다가 해로움을 입는 것이다. 그 다음은 그릇됨을 따라가서 이로움을 얻는 것이다. 가장 낮은 것은 그릇됨을 따르다가 해로움을 불러들이는 것이다.-연아에게 답함-."('다산어록청산' 중)

 18세기 조선 후기 최고의 실학자며 개혁가인 다산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첫째아들 정학연에게 보낸 편지다. 당대의 석학인 다산도 세상과 동떨어진 유배지에서조차 놓지 못한 고민이 바로 자식교육이었다. 편지에는 죄인의 집안이라 출세길이 막힌 아들에게 아무리 현실이 어렵더라도 바른 삶을 살아야 한다는 아비의 엄중한 당부가 담겨있다.

 과연 그동안 우리는 다산이 말한 네 가지 등급 중 어떤 등급의 삶을 살아왔고, 또 아이들에겐 어떤 등급의 삶을 권해왔을까. 아마도 시비의 저울보다 이해의 저울을 기준으로 세상을 살아왔고, 그것을 아이들에게도 은연중 강요했다는 점을 부인키 어렵다. '바르게 살아라'보다 우리에게 익숙한 '잘 살아라'를 계속 주입해왔다.

 "너무 바르면 학교에선 왕따를 당하고, 사회생활에선 손해 보기 십상이다. 적당히 시비에 눈 감고, 타협하며 살아라. 그리고 무한경쟁에서 반드시 승리해 남들이 부러워하는 좋은 학교, 좋은 직장을 챙취하거라."

 이게 아이들에게 말하는 '잘 살아라'의 핵심이고, 우리의 지향점이라면 너무 씁쓸하지 않은가. 애당초 아이들에게 제시하는 삶의 좌표에는 1등급이나 2등급 인생은 없는 셈이다.

 대한민국의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2만3837달러(2013년 기준)에 달한다.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모두 헐벗고 굶주렸던 시대를 풍미한 '잘 살아보세'의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젠 '잘 살아보세'를 과감히 버리고 '바르게 살자'를 외쳐야 한다. 대한민국은 충분히 그럴 만한 역량을 갖춘 지 오래다. 아이들마저 우리처럼 3등급, 4등급 인생을 전전하게 해서야 되겠는가.

 잠든 아이들의 머리맡에서 말한다. "아들아! 돈이나 성적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란다. 이로움과 해로움을 따지기 전에 무엇이 옳고 그른가를 먼저 생각해라. 그래야 세상도 따뜻해진단다. 부디 넌 1등급, 2등급 인생을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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