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스타트업은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노린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와 일본 도쿄에서 열린 '스타트업 해외 데모데이'에서 만난 현지 VC(벤처캐피탈)들은 하나같이 "한국 스타트업은 창업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 진출을 계획하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일본 VC들은 국내 시장에 주력하는 자국 스타트업과 비교해 한국 스타트업의 '글로벌 프렌들리' 성향을 내심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괜찮은 한국 스타트업 있으면 소개 좀 해주세요"
얼마 전 한국을 찾은 외국 VC와 만나는 자리가 있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두고 주로 일본,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스타트업들을 많이 만나온 VC였다. 한국 스타트업과의 만남은 처음이라는 그가 가자에게 소개해줄 만한 팀이 있느냐고 물었지만 마땅한 팀이 떠오르지 않았다. VC는 "한국에 괜찮은 스타트업이 하나도 없느냐?"고 농담을 건넸지만 스스로에게 같은 질문을 던져본 기자는 이를 농담으로 여길 수가 없었다.
해외 데모데이에서 만난 VC들은 한국 스타트업의 '글로벌 프렌들리'를 칭찬하는데 어째서 선뜻 추천할 만한 팀 하나 생각나지 않은 걸까?
해외 데모데이와 현실의 간극 때문이다. 해외 데모데이 장에서 VC들이 만나는 한국 스타트업들은 '데모데이 용'으로 다듬어진 팀들이 많다. 일단 데모데이에 출전할 팀을 고르는데서부터 초점이 빗나간다. 그동안 차근차근 해외 진출을 준비해온 팀이 아닌 경진대회 우승 팀이나 영어 발표에 능통한 팀이 뽑힌다.
이후 최소 2주에서 한달 동안 몇 차례 전문 강사로부터 영어 프레젠테이션 강의를 듣고 1:1로 레슨을 거치기도 한다. 많은 경우 데모데이가 열리는 나라에 진출할 계획이 있음을 강조한다. 지금껏 해외 진출 계획이 없던 팀들에겐 '최소한의 뉘앙스'라도 풍기라고 강사들은 조언한다. 데모데이 발표 전까진 그곳을 타깃 시장으로 생각해보지 않은 팀들도 있다.
이렇듯 보여주기식 해외 데모데이가 성행하는 이유는 돈이 해외 데모데이로 흘러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국내 창업 경진대회가 우후죽순 열렸던 것처럼 최근엔 실리콘밸리, 일본, 중국, 두바이 등 정부기관이 주최하는 해외 데모데이가 줄을 잇는다. 엔젤 투자자·VC 불모지인 국내 사정상 초기 자본금이 필요한 스타트업들은 사업을 제쳐두고라도 이곳저곳 해외 데모데이를 떠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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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에게 스타트업을 추천해달라던 VC에게 거꾸로 한국 스타트업이 보완해야 할 점을 묻자 곧바로 두 가지 조언이 돌아왔다. 그는 한국 스타트업의 문제로 '소극적인(Shy) 태도'와 '약한 현지 네트워크'를 꼽았다. 보다 적극적·지속적으로 VC들과 접촉하고 네크워크를 쌓아야 한다는 말이다.
데모데이 국가에 맞춰 그때그때 계획을 세우기 보다는 사업 아이템에 맞는 진출 시장을 정하고 현지 네트워크, 시장조사, VC들과의 지속적인 접촉 등 보다 구체적인 상을 그려야한다. 해외 진출을 위한 우리 스타트업들의 보다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데모데이에서 관심을 보여온 VC를 진짜 투자자, 파트너로 만들고 해외 진출도 현실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