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관세화 관련 불안 요인…대응방안 충실해야 국민 신뢰 얻어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가능성이 낮다고 봐야죠."
지난 9월 쌀 관세율 발표 이후에 만난 농림축산식품부 고위 관계자들은 하나 같이 이렇게 말했다.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이 타결되거나 고율관세를 지켜내지 못했을 경우 정부의 대응책을 묻는 질문에 시간도 장소도 다르지만 쌍둥이 같은 답변들을 내놓았다.
쌀 관세화가 불과 두 달 뒤인 2015년 1월1일로 다가온 상황에서 정부의 낙관적인 태도는 농민과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관세화 결정'이라는 산을 이제 막 넘은 안도감 때문일까.
당분간 수입쌀은 세계무역기구(WTO)에 정부가 통보한 513%의 관세율로 국내에 반입된다. 출발은 좋지만 가야할 길은 멀다.
우선 513%의 고율관세를 WTO 회원국들과의 협상에서 지켜내야 한다. 일본의 경우 2년, 대만의 경우에는 5년이 걸렸다. 도하개발아젠다(DDA)의 협상 추이도 지켜봐야 한다. DDA 협상 결과에 따라 관세감축과 저율관세할당(TRQ) 증량의 가능성은 항상 열려있다.
우리나라가 DDA 협상에서 선진국 지위를 받을 경우 관세를 5년간 46.7% 감축 해야한다. TRQ는 3.5% 증가된다. 이 경우 관세율은 513%에서 274%까지 낮아지게 된다. 환율변동에 따라 얼마든지 수입쌀이 국산쌀 보다 가격이 낮게 형성되는 역전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대비책을 단 한 번도 속 시원하게 설명한 적이 없다. "고율 관세를 잘 지킬 수 있도록 하겠다" "DDA가 타결될 가능성은 낮다"는 식의 무조건적인 낙관론만 전파해왔다. DDA 타결, 관세율 인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서 양허품목 설정 등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그에 대응하는 '플랜B'가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간 정부는 쌀 관세화가 제대로 시행되려면 국민들의 믿음이 필요하다고 수차례 역설해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은 정부 스스로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마지막 순간까지,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알맞은 대응방안을 가지고 있다는 든든함을 줘야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유럽을 제패한 나폴레옹은 모든 전투 상황을 가정하고 대응 방안을 세워두는 걸로 유명했다. 그런 나폴레옹조차 마지막 전투에서는 패배했다는 점을 우리 정부는 알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