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세기동안 땀 흘려 일군 성과들이 구조조정으로 초토화됐다”(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김준기 회장이 경영을 잘못해서 벌어진 일이다”(산업은행)
지난 연말 동부그룹 모태인 동부건설 법정관리 신청에 따른 반응이다. 동부는 산은이 자금지원을 해줬더라면 충분히 회사를 살릴 수 있었다는 입장이나, 산은은 현재 회사 재무상태로는 미래를 장담하기 어려웠다고 반박한다.
동부그룹은 지난 2013년 10월 3조원대 자구대책을 발표했다. 동부제철, 동부건설 등 핵심 계열사들의 자산이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주채권은행인 산은이 구조조정의 중심에 섰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대책들은 실현되지 못했다. 동부제철은 자율협약으로 김 회장의 경영권이 박탈됐고, 동부건설과 동부LED도 법정관리를 신청해 그룹 계열사에서 빠졌다. 동부 비금융 계열사 자산 60% 가량이 축소됐다.
뿐만 아니라 김준기 회장이 반도체사업을 살리기 위해 설립한 동부인베스트먼트(DBI)는 담보로 제공된 동부메탈 지분가치 하락으로 김 회장 개인자산을 담보로 추가로 유동성이 공급되고 있다. 위기가 완전히 해결된 상황이 아닌 셈이다.
동부와 산은은 상대방에 아쉬움을 토로하면서 여전히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양측이 네 탓 공방에 집착하기엔 이번 사태로 피해를 입게 된 중소협력사들과 투자자들의 피해가 적지 않다.
당장 동부건설만 하더라도 자재 및 시공을 발주한 중소업체만 1700여개가 넘고, 법정관리로 거래대금이 동결되면 연쇄 도산이 우려되는 곳도 상당수다.
더 큰 문제는 그동안 동부제철, 동부건설에서 성실하게 근무해 온 3600여명(건설 일부 계약직 포함)의 직원들이다. 구조조정이 본격화 할 경우 고용상황에 대한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양사 직원들 상당수는 유동성 위기에 빠진 회사를 살리기 위해 본인의 연봉과 성과급 일부를 투자해 유상증자에 참여할 정도로 헌신했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사태로 주식가치는 반토막이 났고 거래도 제대로 할 수 없다. 단지 '미안하다'는 말만으로 봉합하기 어려운 문제다.
향후 동부그룹 구조조정 키를 잡은 산은이 투자금 회수에만 몰두해 매각을 서둘러서도, “우리 손을 떠났다”고 동부 측이 제 3자처럼 방관만 해서도 안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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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을 바친 회사를 떠나야 하는 직원들과 자금줄이 막혀 도산 위기를 맞은 협력사를 생각한다면 산은과 동부는 네 탓 공방보다 이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대책 마련에 중지를 모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