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에 탄력이 붙었다. 올해 참가국 수만 20여개 늘어나기도 했지만 올해 참가를 선언한 국가 대부분이 돈을 대줄 수 있는 선진국이기 때문이다. 지난주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들에 이어 호주도 참여를 선언했고 우리도 가세해서 현재 참가국은 42개국으로 불어났다. 그야말로 AIIB 설립이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국제금융질서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미국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AIIB 설립이 빠르게 현실화되는 이유는 뭔가. 한마디로 참여국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AIIB를 둘러싼 각국의 셈법을 살펴보자. 우선 주창자인 중국은 왜 AIIB 설립을 서두르나. 첫째는 아시아를 발판으로 G2에 걸맞은 중국의 국제영향력 확대와 미국의 아시아회귀전략(Pivot to Asia)을 견제하려는 정치적 동기를 꼽는다. 미국을 견제하려면 미국경제력이 회복되기 전, 또 오바마정권이 내부정치로 정신없을 때 서둘러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한다. 둘째는 중국이 안고 있는 경제문제를 한방에 해결하려는 의도도 강하다. 중국은 현재 소위 구경제라 해서 철강·화학·건설·시멘트산업 등의 생산설비 과잉이 심각하다. 성장률을 낮추고 구조조정한다는 신창타이(新常態)경제란 슬로건을 내걸었지만 과잉설비를 주변국 인프라수출로 돌릴 수 있다면 구태여 구조조정할 필요도 없다. 수출 증가에 성장률도 높이고 주변국의 풍부한 에너지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삼조다. 이쯤되면 중국으로선 강한 드라이브를 거는 게 당연한 셈이다.
인프라 수요자인 아시아국가들의 입장은 어떤가. 반대 목소리 하나 없을 정도로 환영일색이다. 특히 아시아는 성장이 가장 빠를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으로 인프라투자가 가장 시급한 곳 중 하나다. 조사에 따르면 2010~2020년 아시아의 인프라수요는 8조달러(약 8000조원). 즉, 매년 약 730조원이란 엄청난 돈이 필요해서 현재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자본금 1620억달러만으론 턱없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현재 싱가포르 파키스탄 같은 중국 우호국뿐 아니라 중국과 분쟁 중인 필리핀 인도 베트남도 인프라투자에 대해선 환영이다. 또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 아시아개발은행 등 현 국제기구들이 돈을 대주는 대신 지나친 재정금융 긴축을 요구하는 데 대한 반감도 깔려있다.
최근 참여를 선언한 영국 독일 등 유럽국들의 셈법은 뭔가. 이들도 경제유인이 가장 크다. 영국 독일 등은 인프라기술에 있어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고 과거 아시아 식민지에서의 자원개발과 그에 따른 인프라 정비수요에 대한 경험도 풍부하다. 게다가 AIIB가 설립되면 아시아 주변국과 연결되는 중국의 서부와 내륙지역 인프라 개발도 본격화될 것임에 틀림없다. 미국과 달리 경기침체에 허덕이는 유럽으로선 아시아 인프라 투자 기회는 놓칠 수 없는 먹잇감인 셈이다. 특히 5월 총선을 앞둔 영국은 금융과 인프라업계 표밭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물론 미국 일방적인 국제금융질서 주도를 차제에 다극화하려는 생각도 없지 않다.
반면 일본은 일단 반대 입장이다. AIIB와 경쟁관계에 있는 ADB의 1대주주이기도 하고, 또 미국의 강한 반대를 뿌리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부적으론 AIIB 설립 후 경제적 효과를 고려할 때 적극 검토해야 한단 의견이 많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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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해관계가 큰 틀에서 윈윈이며 가입국도 늘고 있는 만큼 AIIB는 조만간 구체적인 설립 과정을 거칠 전망이다. 그러나 구체화 과정에서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이는 미국과의 타협점이기도 한 만큼 우리도 잘 챙길 필요가 있다. 예컨대 조직운영의 투명성, 건전한 지배구조, 안전장치(safe guard) 등이 대표적이다. 중국도 인프라투자를 확정지어야 성장률도 맞추고 산시성 헤이룽장성 등 일부 지역의 심각한 구조조정 고통을 덜 수 있는 만큼 내심 급하긴 마찬가지다. 지분확보 등 우리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있도록 꼼꼼한 검토가 중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