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노사정위, '무산'의 역사

[기자수첩]노사정위, '무산'의 역사

세종=우경희 기자
2015.04.03 06:30

주5일 근무제 논의 무산(2001년), 공무원노조 도입 논의 무산(2002년), 선진노사관계법 논의 무산(2003년), 비정규직법 논의 무산(2005년), 60세 정년 법제화 무산(2011년), 특례업종 개선 합의 무산(2012년), 통상임금 대타협 무산(2013년)….

1998년 출범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의 역사는 그야말로 무산의 역사다. 여기에 한 줄을 더 쓰게 생겼다. 연일 철야회의에도 불구하고 노동시장 구조개선 노사정 대타협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사정위에 대해 얘기를 나누던 고용노동부 고위관계자는 조심스럽지만 분명한 말투로 "노사정위는 무능한 조직이 아니라 매번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고 있는 조직"이라고 말했다. 무산의 역사를 아로새기고 있는 노사정위에 대한 새로운 해석. 무슨 뜻일까.

노사정위는 40여명이 연 30억원 정도의 예산을 쓰는 대통령 소속 자문기구다.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가 한 자리에 모여 노동현안에 대한 이견을 좁히자는 취지로 구성됐다. 노사정 협의체가 법으로 정해진 나라는 전세계를 통틀어도 몇 되지 않는다. 사실 존재만으로도 자랑거리다.

하지만 노사정위는 출범 초기부터 의혹의 눈초리 속에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노사정위가 규제의 온상이 될 것이라고 바라본 시각이 그것이다. 정치적 압력에 따라 합의를 강요받고, 이를 명분 삼아 국회서 규제가 쾌속 통과될 것이라는 우려에 노사정위는 처음부터 흔들렸다. 게다가 1999년 민주노총이 빠져나가며 사실상 반쪽짜리로 시작했다.

노사정위는 논의하는 기구지 의결하는 기구가 아니다. 하지만 각종 중대한 의사결정과제가 노사정위로 모두 몰렸다. 정부가 제대로 정책설계는 하지 못하고 노사정위만 쳐다봐서다. 대타협 수준의 결론을 요구받지만 결론을 낼 여건도 안 되고 힘도 없어 보인다.

노사정위를 초월한 새로운 협의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 것은 이 때문이다. 민주노총을 포함한 노동계와 경총 외 경영자단체, 그리고 기타 각 계층의 대변자들까지 폭넓게 소집한 새로운 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쉽지않은 일이지만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어려울 것도 없다. 이번 대타협 논의와는 별개로 노사정대화의 틀을 바꾸기 위한 혁신적 고민을 시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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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희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 the300 국회팀장 우경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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