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이혼율이 증가하고 재혼부부가 늘어가고 있다. 이제는 이혼 및 재혼에 대한 과거의 부정적 시각은 상당부분 없어졌다고들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이혼 및 재혼가정의 자녀들을 학교와 사회에서 편견의 눈으로 바라보는 불편함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2008년 민법개정에 따라 자녀의 성과 본을 변경할 수 있게 됐다. 개정법은 우리사회의 이혼율 증가 및 재혼가정의 증가, 그리고 재혼가정의 자녀들이 계부와 성이 다름에 따라 학교생활 및 사회생활에서 겪는 고통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강구된 것이다.
이제는 자녀의 복리를 위해 자녀의 성과 본을 변경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 성과 본을 변경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08년 탤런트 최진실의 자녀들이 최씨 성으로 성본을 변경했다. 또 재혼가정의 자녀들의 성과 본의 변경신청이 법원에 폭주했고, 가정법원은 성본변경신청에 대하여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폭넓게 인정하는 판결을 내려 주고 있다.
그러나 개정법이 발효된 지 7년 가까지 지나온 지금 몇가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성본변경은 주로 재혼가정의 어린 자녀들이 계부와 성이 다름에 따라 겪는 고통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시작된 것이다. 재혼부부가 다시 이혼을 할 경우, 자녀가 어릴 때 변경한 계부의 성을 그대로 평생 사용하는 것은 또다른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더불어 재혼부부가 이혼 후 다시 재혼을 할 경우 또다시 자녀의 성본변경을 허가해 주어야 하는가의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반영하여 최근 성본변경신청에 대한 법원의 태도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법원은 이혼 과정에서 부부간 감정 대립이 극심해 이혼 후 자녀를 양육하는 모(어머니)가 자녀와 아버지와의 부자관계를 단절시킬 목적으로 미성년자녀의 성본변경신청을 하는 경우 '부모의 감정을 자녀에게 투영시켜 부자 관계의 단절을 꾀한 것이어서 천륜에 반할 뿐만 아니라 자녀의 인성형성을 위해서도 올바른 선택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성본변경신청을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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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성년자녀가 어릴 때 부모의 이혼 후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고, 장기간 아버지와는 연락이 끊겼다는 이유로 어머니의 성으로 바꿔달라는 청구에 대해 '성본변경을 해도 가족관계등록부상 법적 친부관계는 그대로 남고 성본변경이라는 허울에 지나지 않는 방법으로 아버지에 대한 부정적 기억이 극복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이유로 성본변경신청을 기각하기도 했다.
아울러 재혼부부가 다시 이혼을 한 경우, 그리고 또다시 재혼을 한 경우에 한 개인의 성이 두세번 변경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개인의 성, 특히 부성주의라는 것이 더 이상 과거 유교주의적 관점처럼 변경불가한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당사자의 행복추구권에 기초한 권리측면도 있다.
대가족제도가 이미 해체됐고 부부 중심의 혼인제도, 그리고 자녀에 대한 친권과 양육권이 권리측면이 아니라 양육의무와 자녀의 복리라는 의무적, 복지적 측면이 점점 강조되는 현실 속에서 자녀의 복리를 위해 자녀가 원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성과 본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다만, 어버지의 기억을 지우고 자녀에게 투영된 전남편의 기억을 지우기 위한 성본변경은 좀더 신중하게 접근하는 고민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신분관계에 있어서 법적 안정성이라는 측면에서도 신중하게 판단할 부분이 있다.
자녀를 통해 생각나는 전남편의 기억을, 자녀의 성을 바꾼다고 하여 영원히 지울 수 있을까? 성년자녀가 아버지의 성을 바꾼다고 해서 아버지의 기억이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재혼가정의 자녀들의 불편을 성을 바꿔줘 일정부분 해소할 수 있다. 그러나 자녀들의 관점이 아니라 이혼 당사자인 부모의 불편함을 회피하기 위하여 계부 또는 모의 성으로 변경하는 것은 신중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