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하나쯤은 뚫고 나온다, 송곳같은 인간이"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드라마 '송곳'에서 나오는 대사다. '송곳'은 한국 사회를 사는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현실을 대형마트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고발하고 있다.
'송곳'에서는 체제에 순응하지 못한 사람들을 고속도로에서 질주하는 자동차와 마주한 고라니에 비유한다. 고라니는 도로 위에서 달리는 차를 비키지도 못하고 운전자만 응시하고 서 있다가 사고를 당한다. 부당함을 참지 못하고 버티다 체제순응자들에게 '왕따'를 당하기도 한다.
여행업계에도 송곳 같은 사람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 빈번하게 벌어진다. 드라마와 다른 건 송곳 같은 사람이 여행사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소비자에게서 나온다는 점이다.
지난 8월초 여행 성수기에 유로화가 상승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정한 '국외여행 표준약관'에 따르면 여행요금에 적용된 외화환율이 계약체결시보다 2% 이상 증감한 경우 여행사 또는 여행자는 그 증감된 금액 범위 내에서 여행요금의 증감을 청구할 수 있다. 단 여행사는 여행출발일 15일전에 여행자에게 통지해야 한다.
하지만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C여행사의 경우 출발 15일전 환율이 2% 이상 오르지 않았는데도 소비자에게 환율 상승분을 전가했다. 여행사 관계자는 "여행 확정을 10일 전쯤 하기 때문에 여행사가 환율 급등 부담을 다 떠안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개선 의지가 없음을 밝혔다.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게 부당하다는 걸 알면서도 이를 개선하려는 송곳같은 사람이 여행사엔 없었다. 표준약관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면 공정거래위원회가 표준약관을 개선하도록 의견을 내야하는데 그런 의지도 없었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표준약관만 내놨을 뿐 잘 실현되고 있는지는 관심이 없었다. 여행사에서 문제 제기를 하지도 않고, 소비자원에 접수된 피해사례도 없기 때문에 사실상 '사문'이 되고 있어도 모르는 상황이다.
성수기에 여행객은 '토끼' 신세다. 가족이나 지인들이 어렵게 휴가를 맞춰 여행상품을 계약한 경우 특히 그렇다. 여행 출발 10일전 여행사가 부당하게 환율 증가분을 떠넘겼다고 여행 일정을 취소하는 것은 어렵다. 여행 후에는 바쁜 일상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잊어버리기 일쑤다.
여행지에서는 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진다.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 낯선 여행지를 함께 다니는 단체여행에서 여행객은 가이드를 엄마처럼 따라다녀야 하는 입장에 처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여행내내 가이드의 눈치를 살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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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객이 옵션 상품을 선택하지 않거나 쇼핑을 하지 않는 경우 가이드는 노골적으로 여행 내내 성질을 내는 것이 다반사다. 단체여행에서 분위기를 망치면 안된다고 소비자를 가르치기까지 한다. 가이드가 원하는 옵션을 거부하거나 쇼핑을 하지 않는 송곳 같은 사람들은 다른 여행객의 눈치도 보게 된다.
여행사가 잘못을 한 경우에도 불만을 제기하지 않으면 소비자는 보상을 받지 못한다. 불만을 제기하지 않아도 먼저 잘못을 인정하고 보상해주는 참좋은여행사가 없다. 송곳같은 여행사, 이제 하나쯤 나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