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이창우 경영대 교수

요즘 국내에서 수주산업을 중심으로 장부상 이익이 일시에 대규모 손실로 전환되는 소위 ‘회계절벽’ 현상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수주산업의 회계절벽은 산업 특성과 회계적 불투명성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조선, 건설, 플랜트 산업 등 수주산업의 가장 큰 특징은 일반 제조업과 달리 제품의 생산에서부터 고객에게 이전되는 기간이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진다는 데 있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수주산업의 회계상 수익인식은 진행기준을 사용해 이루어진다. 진행기준은 '총 발생 예정 공사원가' 대비 '실제 발생 공사원가' 비율 즉 진행률을 측정하고 '총 공사계약금액'에 진행률을 곱해 수익을 인식하는 것이다.
따라서 수주산업의 경영진은 공정한 재무제표 작성을 위해 총공사예정원가와 실제 투입된 공사원가를 합리적으로 추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손실이 예상되는 공사의 예정원가를 과소산정하거나 공사기간 중 공사예정원가가 상승하였음에도 기존 공사예정원가를 계속 적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진행률을 조작해 수익을 과다하게 인식하게 되면 기업의 손익정보는 심각하게 왜곡 표시돼 신뢰성이 훼손될 것이다.
수주산업에 있어서 재무정보의 신뢰성 제고와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업의 투명한 회계처리가 선행돼야 한다. 기본적으로 진행률 산정에 있어서 추정의 합리성이 보장돼야 하며 공사변경이 발생하는 경우 공사예정원가 상승분은 즉시 반영하고 공사계약금액의 변경에 대한 자의적인 판단은 제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판매관리비 등 공사와 무관한 비용들이 공사원가에 포함되지 않는지 엄격히 구별하고, 발주자의 지급여력 등을 고려해 미청구공사대금의 회수가능성에 대한 평가를 통해 적절한 충당금을 설정하는 등 내실화를 기해야 한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수주산업 회계투명성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이중 특히 눈길을 끄는 사항은 경영진의 ‘추정에 대한 합리성’을 확보하기 위한 회계처리 정보의 제공을 확대하는 것과 이에 대한 검증을 위한 감사기능을 강화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진행기준을 적용하는 경우 주요 사업장별로 사업진행률과 미청구공사잔액 및 충당금에 대한 정보를 추가적으로 공시하고 총예정원가를 분기 단위로 재평가해 그 변동내역을 부문별로 공시함으로써 투자자에게 잠재적인 리스크를 알려야 한다.
또 주요 사업장별 공사원가 변동내역은 내부감사기구에 보고해 올바른 회계처리 여부를 검증하게 하고, 외부감사인은 가장 유의한 주의를 요하는 핵심감사사항을 중점적으로 감사하는 핵심감사제를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감사하고 그 결과를 기업의 감사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기업의 감사위원회는 외부감사인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 자체감사를 소홀히 해 회계의혹이 커지게 되면 중징계를 받는 등 그에 대한 실질적 책임을 지게 된다.
그런데 이와 같은 제고방안들이 실효를 거두려면 기업의 경영진, 감사위원회를 비롯한 내부감사기구 및 외부감사인이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먼저 감사위원회와 관련해, 감사위원회의 외부감사 선임 및 보수결정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 줄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외부감사인의 독립성을 강화시킬 수 있다. 기업의 경영진이 회계부정을 저질렀을 경우 감사위원회에 부과하는 제재를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규정해 책임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감사위원회가 실질적으로 내부감사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감사위원회 조직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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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외부감사인은 감사위원회와 감독기관 및 정보이용자 간의 의사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외부감사인은 주요 감사사항과 관련해 감사위원회와 의사소통을 강화하고, 감사보고서에 이러한 주요감사사항을 강조해 설명하도록 해야할 필요가 있다. 또한 외부감사인의 계약 해지권을 보장해 감사인이 감당할 수 없는 감사위험을 가진 부실기업에 대한 감사계약 해지를 가능하게 해야 한다. 이를 통해 감사인은 해당 기업에 심각한 부실이 존재한다는 신호를 감독기관과 정보이용자에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감독기관은 회계부정의 사후적발보다는 회계부정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예방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알려진 바로는 상장기업에 대한 회계감리주기는 평균 40년인데 비해, 기업의 생존기간은 평균 24년이라고 한다. 따라서 기업의 생존기간 동안 회계감리를 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기업은 항상 회계분식의 유인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감독기관의 감리담당 인력을 대폭 충원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고 또한 예방기능을 강화하는 것도 현재 상황에서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실행가능한 감독 기능개선 방안으로서, 금융감독원 정보공시시스템(다트)의 개편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정보이용자가 지금보다 쉽게 기업의 회계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면 감독기관과 정보이용자의 의사소통 네트워크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금융당국의 '수주산업 회계투명성 제고방안'의 내용은 매우 혁신적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기업의 실질적인 회계투명성 확보 여부는 기본적으로 경영진이 투자자들로부터 경영의 투명성에 대한 신뢰를 받는 것이 결국 기업의 가치를 향상시키게 된다는 의식을 분명히 가지는 데 달려 있다. 기업 경영진들은 경영 투명성의 바탕이 되는 적절한 수준의 회계 인프라를 확충하는 등 자체적인 회계투명성 제고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