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보는세상]신설법인이라 취업제한기관서 제외, 낙하산 우려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기대가 예상보다 크다. 당초 보수화된 기존 은행들의 변화를 촉진할 촉매제 정도를 예상했지만 지금은 기존 은행의 생존을 위협할 존재로 부상하고 있다.
인터넷은행이 편하게 활동할 수 있는 판은 이미 깔렸다.
영업점이 없는 인터넷은행을 위한 비대면 실명인증이 허용됐고, 계좌이동제가 시작됐다. 공인인증서 사용의무가 사라져 다양한 핀테크(금융+기술)가 접목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고 각종 영업행위 규제도 풀렸다.
신설 은행이 가장 걱정해야 할 고객 확보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인터넷은행에 참여한 기업들은 이미 수천만명의 회원들을 보유하고 있다.
금리 0.1%p를 찾아 이동하는 '금리노마드족'들은 계좌이동제를 타고 인터넷은행으로 달려갈 것이다. 인터넷은행들은 시중은행보다 1%p 이상 높은 예금금리를 주겠다고 이미 공언했다.
무엇보다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는 정부의 의지가 확고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인터넷은행의 출현'을 금융개혁의 성공사례로 공개적으로 칭찬까지 했다.
은행법 개정(산업자본의 지분 제한 완화)이 미뤄져 지배구조가 불안한 문제가 있지만 영업을 못할 제약 요인은 아니다.
하지만 인터넷은행의 출범을 앞두고 걱정되는 '구멍'이 하나 보인다.
거의 모든 금융회사와 유관 기관들이 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기관으로 지정돼 있지만 인터넷은행은 '신설할' 법인이다 보니 취업제한기관이 아니다. 갈 곳 없는 퇴직공직자들에게 인터넷은행의 설립은 '오호~' 할 만한 호재다. 벌써 갈 수 있는 괜찮은 자리가 생겼다는 말들이 관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관피아' 만의 문제는 아니다. 내년부터는 정치 시즌이 시작된다. 권력자들이 자리라도 챙겨줘야 할 인사들이 많아질 수 밖에 없는 시기다. 선거 전후 수차례 비슷한 광경들을 목격해 왔다. 이미 이름을 나열하기도 힘들 만큼 많은 '정피아'들이 금융권 곳곳에 포진해 있고 전문성 면에선 '관피아'보다 폐해가 더 크다.
정피아든 관피아든 전문성을 갖추고 인터넷은행의 성공에 기여할 인사들이 없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누가 오든 분명 인터넷은행은 시작부터 낙하산 논란에 휩싸일 것이다. 이제 막 첫걸음을 떼는 금융 신입생에게 '구태'부터 가르치는 신고식을 치러야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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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행의 성공 DNA는 혁신성에 있다. 그 DNA가 죽는 순간 인터넷은행은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 혁신성과 낙하산,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아직 벌어지지도 않은 문제를 갖고 벌써 걱정이냐고. 맞다. 벌어질 리 없는 일을 갖고 쓸데없이 지면만 낭비한 글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