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미국 경제가 무너지는 것에 베팅한거야. 우리가 옳다면 사람들은 집과 직장, 은퇴자금까지 잃게 돼. 그러니 춤은 추지 마."
올초 개봉한 영화 '빅쇼트(The Big Short)'에서 배우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전직 트레이더 벤 리커트가, 미국 주택시장이 파탄나면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쪽에 수조원을 걸고 들뜬 동료들을 질책하며 한 말이다. 빅쇼트는 공매도다. 가격 하락을 예상해 주식을 빌려 팔고, 나중에 가격이 하락했을 때 주식을 싼 값에 매수, 빌린 주식을 되갚고 시세차익을 챙기는 구조를 말한다.
영화는 2008년 미국 금융위기가 가시화되기 전, 이를 예측한 투자 천재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벤 리커트를 포함한 4명의 주인공들은 각각의 분석을 통해 미국 경제 붕괴를 확신, 이에 베팅했다. 이들은 미국 주택시장의 근간을 이루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의 파생상품들이 거품이라는 것을 남들보다 먼저 파악했다. 그 과정에서 금융당국과 IB(투자은행), 신용평가사 등 금융계 전반적으로 만연한 도덕적 해이를 체감하기도 했다.
이 투자의 결론은 대박, 그리고 글로벌 경제 붕괴였다.
다소 비인간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 공매도를 선진 투자 기법으로 평가한다. 공매도가 선물이나 옵션처럼 금융상품의 다양성을 키우면서 시장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또 롱쇼트(주식 매수와 주식 공매도를 병행하며 위험을 헷지하는 전략) 등 여러 투자 전략에 활용될 수 있다.
국내에서도 공매도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코스피·코스닥 시장 대차잔고 규모가 55조7890억원(지난달 22일 기준)으로 집계됐는데, 지난해 9월 국내증시가 하향세를 타기 시작하던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에 반감을 품고 주식 대여(대차)를 하지 않는 증권사로 계좌를 옮기는 캠페인에 나섰다. 주가 하락의 주범으로 기관·외국인의 공매도를 지목한 것이다. 지난달 18일 국회에서는 공매도 규제를 강화하는 '공매도 공시법'이 정무위원회를 통과했다.
공매도가 윤리적으로 '옳은' 투자인가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더라도, 공매도가 늘어났다는 것은 해당 종목의 주가 하락에 대한 강한 확신을 갖는 기관이나 외국인이 증가했다는 신호라는 견해도 있다. 영화에서 공매도는 이전까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미국 주택시장 붕괴에 대한 투자정보를 또다른 투자자들에게 제공했다.
춤을 추지는 않더라도 음악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게 필요한 때가 아닐까.
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