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재용 부회장의 '순환출자 해소'가 남긴 것

[기자수첩]이재용 부회장의 '순환출자 해소'가 남긴 것

세종=정진우 기자
2016.03.14 05:45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삼성그룹 순환출자 문제 해결에 나선 지난달 말.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의 움직임을 파악하느라 분주했다.

삼성SDI는 그동안 보유했던 삼성물산 주식을 팔고, 이 부회장이 이 중 일부를 사들였고 이 거래로 새로 형성된 순환출자 고리를 끊었다.

공정위는 이를 확인하고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만일 삼성이 처분 시한(3월1일)을 넘겼다면, 행정력의 낭비가 불가피했다.

인력과 예산 부족으로 한해 4000건에 달하는 사건 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삼성까지 조사를 하려면 내부적으로 부담이 클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삼성의 결단으로 공정위의 ‘순환출자 가이드라인’에 힘이 실렸던 것 역시 삼성을 반긴 이유였다.

공정위는 가이드라인이 결국엔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삼성이 정부 방침을 지켰는데, 다른 대기업들이 이를 어기진 못할 것”이라며 “기업들이 앞으로 순환출자 등 몸집 불리기에 돈을 쓰기보다는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등 정부는 그동안 기업들에게 투명한 지배구조를 요구해 왔다. 순환출자 등 복잡한 지분 구조로 인해 기업 경쟁력이 떨어졌던 까닭이다.

즉 연구개발(R&D) 등 성장을 위해 돈을 쓰고,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데 지배력 강화 등 엉뚱한 곳에 돈을 탕진했다는 것.

이처럼 대기업들이 기업집단의 힘을 이용해 지배력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개별 기업의 경쟁력과 무관하게 시장에서 우월한 위치를 차지했다는 것도 정부의 시각이다.

같은 돈과 에너지를 달리 사용했다면 실제로 우리 기업들이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예컨대, 구글은 이세돌 9단과 알파고(AlphaGo)의 세기의 대결을 통해 전 세계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이슈를 모두 삼켰다. 여기서 창출되는 경제적 가치는 천문학적이다.

“국내 대기업들도 순환출자 정리 등 지분 관리에 쏟았던 수천억원을 기술 개발에 썼으면 한국판 알파고가 나왔을지도 모른다”는 한 관료의 말이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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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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