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대책, 고삐 풀린 폭스바겐부터

미세먼지 대책, 고삐 풀린 폭스바겐부터

세종=이동우 기자
2016.05.27 06:01

[기자수첩]

“미세먼지를 잡기 위해 경유 가격을 올리겠다고 하는데, 배출가스를 뿜어내고 있는 12만대의 폭스바겐 차량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

환경부가 경유 가격 인상을 통한 경유차 제한을 미세먼지 대책으로 들고 나온 것을 두고 다른 부처에서 나온 반응이다.

지난해 11월 환경부는 폭스바겐 경유차에 배출가스저감장치(EGR) 임의설정 판정을 내렸다. 당시 환경부는 미국 정부 이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임의설정이 확인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열흘 전 한국닛산 캐시카이에 내려진 임의설정 판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닛산에 대해 환경부는 “정부로서도 확실한 근거가 있어 임의설정 판정을 한 것이 아니냐”라고 일축했다.

지난해 폭스바겐 사태 이후 전 세계적으로 첫 임의설정 확인이라는 자부심이 묻어 났다.

두 사례를 통해 환경부의 자부심은 커졌을지 모른다. 그러나 세계에서 두 번째 ‘불법’ 판정을 내린 폭스바겐 차량 12만5522대는 여전히 도로를 활보하고 있다.

미세먼지의 주범인 질소산화물(NOx)을 인증기준의 40배가 넘게 도로에 내뿜고 있고, 이들 차량에서 나온 미세먼지는 국민의 폐 속으로 파고 들고 있다.

폭스바겐 대책이 미세먼지 방지를 위한 최우선으로 해야 할 일이지만 환경부는 “곧 리콜계획서를 보완해 제출할 것으로 안다”는 말만 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최근 독일 본사에서 개발된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리콜계획을 다시 낼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리콜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또 수개월이 소요된다.

미국 정부는 같은 상황에서 다르게 대처하고 있다. 강력한 압박을 통해 폭스바겐이 ‘환경 치유 기금’(Remidiation Fund)을 조성하도록 유도했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도 관련 법 등을 변경해 폭스바겐이 한국에서도 동일한 조치를 취하도록 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물론 환경부가 의지를 보인다는 전제 아래서다.

박근혜 대통령은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발표에만 신경 쓰고 후속처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디테일에서 실패할 수 있다. 그것이 어떤 대책이든 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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