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르텔은 시장경쟁을 가로 막는 가장 질 나쁜 행위로, 흔히 ‘시장경제의 암’으로 비유된다. 가격을 올리거나 입찰에서 나눠 먹는 등의 방식으로 카르텔이 이뤄지면 전체 소비자가 피해를 입을 뿐 아니라 개별기업, 나아가 산업과 경제 전반의 경쟁력이 약화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국의 경쟁당국은 경쟁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카르텔을 근절하고자 애쓰고 있다.
특히 카르텔이 2개 이상의 국가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를 국제카르텔이라고 하는데, 전 세계가 단일 경쟁시장으로 변모하면서 각국 경쟁당국의 국제카르텔에 대한 제재가 강화·확산되고 있다. 카르텔에 가담한 기업에 대해 미국과 EU(유럽연합) 등과 우리 공정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조사하고 제재하는 사례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자국 영토 밖의 담합이라고 할지라도, 국내 기업과 소비자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국제카르텔 제재를 경쟁당국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을 정도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카르텔로 1000만 달러 이상 벌금을 부과받은 기업 114개 중 100개가 외국기업에 해당할 만큼 국제카르텔에 중점을 두고 제재하고 있다. 2000년까지 미국, EU, 캐나다, 호주 등 4개국에 불과했던 국제카르텔 제재는 현재 우리나라와 일본 등 10여 개국으로 확대됐다. 앞으로 60여 개발도상국들도 국제카르텔에 대한 제재장치를 갖추고 조사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국제카르텔 조사 국가의 확산엔 가장 먼저 카르텔을 신고한 기업을 면책하는 리니언시(자진신고 감면 제도)가 큰 위력을 발휘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또 경쟁당국간 국제공조가 강화되면서, 경쟁법의 국경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우리나라는 글로벌 시장경제에서 대외무역 의존도가 높고 완제품의 수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국제카르텔의 폐해가 클 수 있고 동시에 외국의 감시망에 포착될 가능성도 높다.
최근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도 우리 기업이 64개 수출 품목에서 세계 1위를 기록하는 등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경쟁법 마인드가 취약한 우리나라의 수출기업들이 외국 경쟁당국들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다 카르텔에 관대한 우리의 문화적 특성, 동업주의 기업문화 등도 국제카르텔 리스크를 높이는 요인이다. 이는 대기업 뿐만 아니라 수출비중이 높은 중견·중소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국제카르텔에 연루되면, 각 경쟁당국의 감시망에 걸려 다중 처벌에 직면하게 되는 것은 물론 막대한 배상금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이 잇따르게 되고 결국엔 기업의 존립까지 위태롭게 된다. 실제로 우리나라 기업이 가격담합으로 외국 경쟁당국에 의해 부과받은 과징금은 총 3조4000억원에 달한다. 기업체 임직원들이 미국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하기도 했다.
그간 공정위는 국제카르텔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왔다. 2002년 4월 흑연전극봉 국제카르텔에 대해 처음으로 제재한 이래, 2008년 국제카르텔과를 신설하고 외국 경쟁당국과 공조체계를 확립해, 현재까지 21개국 83개 사업자를 대상으로 755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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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우리 기업이 국제카르텔에 연루돼 외국 경쟁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지 않도록 국제카르텔 예방교육을 벌이는 등 국제카르텔을 미리 막기 위한 대책도 다각도로 강구했다. 또 개도국들과 FTA 협상에서 외국기업 차별금지와 기업의 방어권 보장 등을 요구해 채택되도록 하고 있다. 이외에도 각국 경쟁당국과 양자간 또는 다자간 협의 등을 통한 국제 공조에도 힘을 쏟고 있다.
카르텔 감시에 국경이 사라지면서, 국제카르텔 가담자가 숨을 수 있는 곳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국제카르텔을 차단하는 것이 경쟁당국의 최우선 과제가 된 현실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기업 스스로 글로벌 기업에 맞는 경쟁법 준수의식과 시스템을 확립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 기업들이 진정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조건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