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콜레라, 철저한 원인규명을

[기고]콜레라, 철저한 원인규명을

박진규 수산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
2016.09.07 08:46

최근 거제지역을 중심으로 15년 만에 콜레라 환자가 발생하면서 추석 대목을 앞둔 어업인과 수산업 종사자들이 망연자실하고 있다.

이미 거제 지역 어업인과 횟집, 음식점 등 수산업 종사자들은 폐업 위기에 몰렸고, 수산물 기피 현상이 전국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자 수산업계가 불안감에 휩싸인 상태다.

사상 유례없는 기록적인 폭염과 해수온도 상승으로 양식수산물 집단폐사가 발생한 가운데 그야말로 엎친데 덮친 격으로 콜레라 사태가 번지며 어업인들을 절망에 빠뜨리고 있다.

콜레라는 비브리오 콜레라균에 의해 발병하며, 각종 정수 시설 및 오폐수 정화시설이 체계적이지 못한 저개발국에서 문제시 되는 질병으로 간주되고 있다.

즉, 오염된 식품이나 지하수 등 음용수 섭취에 따라 주로 발병하고 드물게 환자의 대변이나 구토물 등을 직접 접촉해서 감염되기도 한다.

하지만 콜레라는 30초 이상 올바른 손씻기, 물 끓여먹기, 음식 익혀 먹기 등 기본적인 생활 위생 수칙을 지킨다면 감염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통제 가능한 질병이다.

또한 면역력이 취약한 노약자, 수술 후 환자, 만성질환자 등 섭식을 유의해야 하는 위험군을 제외한 대부분의 건강한 국민이라면 감염의 위험이 적은 질병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재 4번째 콜레라 환자가 발생하기까지 감염 경로나 발병 원인이 밝혀지지 못한 채 부정확한 사실이 알려져 국민과 수산업계의 막연한 불안을 가중 시키고 있다.

현재 검역당국에서는 환자들 간의 역학관계, 감염 경로, 원인 물질 등에 대한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지만 명확하게 밝혀진 사실이 없는 상태다.

하지만 이들이 공통적으로 섭취한 음식물이 해산물이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콜레라 발생 원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수산물 소비가 급랭하고 어업인과 수산업 종사자들이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

물론 콜레라균이 호염성 세균(염분이 있는 상태에서 잘 자라는 세균)이라는 점에서 바닷물에 서식하는 수산물로부터 얻은 생선회 등 해산물이 원인으로 지목될 수는 있다.

하지만 과거 콜레라 발병 사례에서도 정확한 원인 물질이나 감염 경로를 파악하지 못한 채 역학조사가 종결된 경우도 많아 수산물을 원인으로 지목하는 결론을 내리기엔 너무나 이르고 근거도 빈약한 상태다.

거제 일원에서 실시된 해수와 수산물에 대한 검사 결과에서 콜레라균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다른 음식물이나 상하수도 오염, 해외 유입 등 다른 경로를 통해 발병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또한 이번 콜레라 발병 환자들이 일행이나 가족들과 함께 수산물을 섭취했지만 그 가운데 유독 한 사람만 감염된 것이 특이하다는 점도 수산물을 발병 원인으로 예단할 수 없게 하는 이유 중에 하다.

보건당국 역시 환자들 간 특별히 상관관계를 발견할 수 없고, 함께 섭취한 일행들 중 나머지는 아무런 이상이 없는 이례적 상황으로 인해 혼란스러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콜레라 환자들에 대한 발표가 나올 때마다 어김없이 이들이 수산물을 섭취한 점이 강조되고 이것이 발병 원인인 듯 비춰지면서 국민들은 수산물을 기피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한 어업인과 수산업 종사자들의 피해도 문제이지만 국민 건강과 안전 측면에서도 이는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지금의 상황이 지속된다면 국민들은 수산물만 피하면 콜레라부터 안전할 것이라고 오해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정작 주의해야 할 다른 요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간과하여 감염이 확산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될 뿐이다.

하루 빨리 정확한 감염 경로, 원인 물질을 가려내서 상세히 알리는 것이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길이고, 수산물에 대한 오해로 발생한 소비기피 현상을 극복할 지름길이다.

검역당국의 철저한 원인규명과 신속한 조치를 당부한다.

박진규 수산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식품생명공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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