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장·차관 워크숍에서 자신이 즐겨듣는 대중가요로 러브홀릭의 ‘버터플라이’와 윤상의 ‘달리기’를 꼽았다. 역대 대통령이 좋아하던 애창곡과는 그 구성과 흐름이 전혀 딴판이다.
‘애수의 소야곡’(전두환), ‘아침이슬’(노태우, 김영삼), ‘상록수’(노무현) 등 대개 전통가요나 포크 계열의 노래로 수렴되기 마련인 기존 대통령의 ‘보편적 취향’과 거리가 먼 선곡이다. 역대 대통령이 부르기 편한 정 박자 리듬에 귀를 기울인 것과 달리, 박 대통령이 통통 튀는 리듬감 있는 선율에 관심을 드러낸 것도 차이라면 차이다.
공개석상에서 박 대통령이 애창곡을 언급한 것은 취임 이후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버터플라이’를 소개하면서 “감춰진 날개를 활짝 펴서 날아오르도록 격려하는 노래”라고 설명했고, ‘달리기’를 예로 들 땐 “입술이 말라도 이미 시작한 일을 그만두지 않고 끝까지 하자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두 노래에 대한 대통령의 설명만 보면 남은 임기 흔들리지 않겠다는 다짐과 의지, 서로에 대한 격려쯤으로 읽힌다. 그런 면에서 느슨해진 기강을 잡는 중요한 무기로 애창곡이 적절하게 활용되는 효과를 불러일으킬 만했다.
하지만 두 노래는 ‘약자’의 시선에서 ‘아마추어리즘’을 극복하는 의지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영화 ‘국가대표’의 주제곡으로 쓰인 ‘버터플라이’는 영화 속 스토리처럼 스키점프에 ‘스’자도 모르는 오합지졸이 뭉쳐 국가대표로 나서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그래서 ‘~겁내지마 할 수 있어/날개를 펴 날아올라 세상 위로~이 세상이 거칠게 막아서도~’란 가사가 이제 시작하는 모든 아마추어의 희망을 북돋는 기재로 쓰인다. ‘~이유도 없이 가끔은 눈물 나게 억울하겠죠/일등 아닌 보통들에겐 박수조차 남의 일인걸~’하는 ‘달리기’의 가사도 약자의 도전 정신을 빗댄 상징이라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서려있다.
시작부터 어설픈 약자들의 성공기는 감동적이다. 못할 것 같은 일들을 해내는 그 거룩한 땀과 의지가 어떤 힘을 갖는지 우리는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약자인가? 또 아마추어리즘에 입각해 모든 사안을 도전하고 극복하는 대상의 주체인가? '정치 프로’인 대통령이 두 노래를 언급한 것은 ‘약자’인 지금의 위치에서 ‘아마추어리즘’의 극복기를 봐달라고 얘기하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통수권자는 강자의 입장에서 프로페셔널하게 움직여야 아마추어인 약자를 돌볼 수 있다. 그 역할이 뒤바뀌면 국민은 불안하다. 인사 문제 등 일련의 사건들에서 이 정부에 대한 태도를 ‘아마추어리즘’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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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태도가 애창곡과 연결될 때, 우리는 대통령의 ‘정서’도 함의적으로 읽을 수밖에 없다. 어쩌면 대통령은 자신의 애창곡을 조용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로 바꾸는 게 순서일지 모른다.
‘~소중한 건 모두 잊고 산 건 아니었나/이젠 그랬으면 좋겠네/그대 그늘에서 지친 마음 아물게 해/소중한 건 옆에 있다고/먼 길 떠나려는 사람에게 말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