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표를 얻기 위한 부동산 공약들

[MT시평]표를 얻기 위한 부동산 공약들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
2017.05.12 04:37

이번 대선을 앞두고 주요 언론들은 진보정권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은 만큼 규제 강화로 부동산시장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논조의 기사를 쏟아냈다. 특히 문재인정부가 들어서면 사실상 노무현정권의 2기가 되어 당시와 유사한 규제정책이 나올 것이란 진단도 적잖았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해 각 당이 내놓은 부동산 공약들은 기조를 바꿀 정도로 차별적이고 파격적이지 못했다. 전반적으로 본다면 시장 활성화에서 시장안정과 주거복지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간 것으로 보이지만 이러한 기조변화는 이미 지난 18대 대선에서도 있었던 것이다.

문재인 후보가 내놓은 부동산공약도 그러하다. 시장 흐름을 획기적으로 바꿀 공약은 사실상 없었다. 대표적인 예가 후분양제다. 그간 부동산정책은 저렴 주택을 대량 공급하는 데 맞춰져 있었고 선분양제도는 공급의 편의를 위한 모든 걸 집약해놓은 대표 제도다. 한국 부동산정책의 공과 과는 선분양제와 직간접으로 관련돼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분양제에서 후분양제로 전환하기 위해선 청약, 분양, 설계, 공급가격, 금융조달, 하도급, 도시주택기금 운용, 인허가 행정 등 모든 걸 바꾸어야 한다. 이 모두는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정책과 시장의 개편을 전제한다. 지난해 부동산시장 과열을 겪으면서 후분양제 도입이 그 치유의 하나로 주창되었던 만큼 서민주거안정을 강조해온 민주당의 핵심 공약이 될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러나 문 후보는 이 카드를 내놓지 않았다. 유주택자 등 시장 기득권자의 반발이 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보유세 강화 카드를 공약집에서 뺀 것도 비슷한 이유였다.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 부동산세제는 보유세보다 거래세 중심이어서 이를 바로잡기 위해선 거래세 강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참여정부가 보유세를 도입했다가 유주택자들에게 ‘세금폭탄’이란 저항을 사자 17대 대선에 출마한 이명박 후보는 보유세 폐지 내지 세율 인하를 주된 공약으로 내거는 승부수를 띄웠다. 그 결과 그의 당선으로 보유세는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보유세 강화는 부동산세제 정상화를 위해 꼭 가야 할 길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이 카드를 슬쩍 빼버렸다. 표 계산 때문이었다.

부동산시장의 뜨거운 감자인 강남 재건축 문제를 잡기 위한 수단의 하나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다. 연초까지만 해도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내지 유예를 둘러싼 찬반논쟁이 뜨거웠다. 이번 선거에서도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 재건축조합, 부동산 전문가, 업계 등은 하나같이 환수제의 위헌문제까지 제기하면서 폐지를 주장했다. 정치권(국회)에서 환수제 유예 연장에 부정적이라는 얘기가 계속 흘러나왔지만 공식적으로 결정된 게 아니었다. 결국 표가 안 된다고 생각했는지 민주당조차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입장(공약)을 내놓지 않았다.

민주당은 그동안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 도입을 당론으로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현재도 이를 위한 법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되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대선의 공약으로선 비중 있게 부각되지 못했다. 오히려 ‘단계별 도입’이란 조건을 붙인 공약을 제출함으로써 도입 의지가 약화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을 낳았다. 전월세상한제에 대한 반발만큼 반발이 큰 정책과제는 없다. 찬반 입장이 그토록 분명하다는 뜻이다. 그러다 보니 이 제도의 긍정성을 인정하면서 한국 실정에 맞게 적용할 수 있는 섬세한 정책방안을 어느 누구도 제대로 고민하지 않았다. 이는 정부는 물론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수권정당을 바라는 민주당으로선 반발이 심한 이 제도의 도입을 선거에서 전면에 내걸기가 쉽지 않았다.

선거는 입후보자들이 공약(정책)이란 상품을 내놓으면 유권자들이 취향에 맞는 걸 구매하는 것을 통해 간택을 받는 (정치)시장과 같은 기능을 수행한다. 선거에서 공약은 표를 얻기 위한 것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공공정책은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개별 유권자의 눈높이를 넘어서는 공적 가치의 구현도 중요한 목적으로 한다. 이번 선거에서 각 당은 하나같이 주거복지를 지향하면서 기실 시장 안정화에 맞추다 보니 시대가 필요로 하는 정책대안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 지금 우리가 필요로 하는 부동산정책은 반세기 이상 지속된 공급 중심 정책, 산업 중심 정책, 소유(매매) 중심 정책 등을 대신할 수 있는 그 뭔가가 되어야 한다. 새 정부도 기회주의 정책(단기대책)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패러다임 전환을 도모할 중장기 정책을 생산하는 데 신경을 더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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