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빅브러더’의 야심을 드러낸 것일까. 구글이 또다시 개인정보 무단 수집 논란에 휘말렸다. 2014년 사진지도 서비스 ‘스트리트뷰’를 제작하면서 와이파이(무선인터넷) 망의 개인정보를 몰래 수집한 사실이 드러난 지 3년 만이다.
구글이 올해 초부터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들의 위치정보(교신 기지국 정보)를 몰래 수집한 사실이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휴대전화가 통화 가능 상태를 항상 유지하기 위해선 가까운 이통사 기지국과 매번 신호를 주고받는데, 이렇게 교신된 기지국 정보가 구글 본사 서버로 전송됐다. 이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는다면 안드로이드폰 사용자의 동선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기지국 정보를 통해 반경 수백 미터 안 사용자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다. GPS 정보까지 결합하면 수 미터까지 범위를 좁힐 수 있다. 구글이 마음만 먹으면 안드로이드폰 사용자의 시간대별 동선과 현 위치까지 파악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구글은 정보 수집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메신저의 품질을 개선하려는 목적이었다고 해명했다. 사용자 데이터는 저장하지도, 활용하지도 않았다고 펄쩍 뛰었다. 우리 정부도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지만 구글이 이 정보를 어떤 용도로 활용했는지 파악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데이터 서버가 해외에 있어 압수수색영장 집행도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구글의 해명을 그대로 믿어야 할까. 사실 위치정보는 구글 등 글로벌 IT(정보기술) 기업들이 가장 욕심을 내는 알짜 데이터다.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동선을 실시간 체크 가능하면 맞춤형 타깃 광고를 할 수 있어서다. 가령 사용자가 아울렛매장에 있다면 할인쿠폰 등을 전송해 매장 방문을 유도할 수 있다. 지역별 광고도 보다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다. 구글의 최대 수익원은 광고다. 모든 사용자의 위치정보가 파악된다면 광고시장 지배력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다.
위치정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자원이기도 하다. 위치데이터 값이 많을수록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등 미래 기술 주도권 경쟁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들의 동선정보를 한곳에 모으면 큰 흐름의 교통량 정보가 된다. 주말 유동인구나 지역밀집 정보도 실시간 파악할 수 있다. 애드워드 스노든이 폭로한 대로 스마트폰 위치정보는 주요 국가 정보기관들이 가장 군침을 흘리는 것이기도 하다.
구글이 사악해지지 않기만을 바라는 건 무책임하다. 유럽연합(EU)이나 중국 등이 앞다퉈 자국민 데이터의 국외 이전을 막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EU가 내년 5월 시행 예정인 일반 개인정보보호법(GDPR)에 따르면 앞으로 정보 주체의 명확한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해외 서버로 보낼 수 없다. 해외 서버로 건너간 자신의 정보가 침해됐다고 판단되면 언제든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중국 역시 네트워크안전법을 제정, 자국민 정보를 해외 서버로 반출할 수 없도록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자국민들의 자기정보 결정권을 강화한다는 취지지만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 미국 IT기업에 데이터가 편중되는 걸 막아보겠다는 의지도 깔려 있다. 우리나라 개인정보 관련 법규는 세계적 수준이지만 데이터 국외 이전에 대한 규정은 불분명하다. 자국민 데이터는 디지털 시대의 핵심 주권이다. 국외 이전 문제를 비롯해 데이터 주권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더이상 미뤄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