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진도]'심쿵하게 하는…표범이고 싶은' 조용필&위대한 탄생 50주년 서울공연 12일 열려

초등학생 꼬마는 ‘꺅’도 가사인 줄 알았다. 그가 ‘기도하는’으로 시작하는 노래를 부를 때 관객들은 늘 ‘꺅’ 외마디 비명으로 화답했기 때문이다. 그가 “사랑의 손길로 떨리는 그대를 안고, 포옹하는 가슴과 가슴이 전하는 사랑의 손길”을 읊조릴 때 꼬마는 누나들이 왜 그렇게 열광하는지 몰랐다.
그는 가왕(歌王) 조용필이고 그 노래는 ‘비련’이었다. 가왕도 나중에 ‘전율이 느껴질 정도였지만 나중에는 비명이 안 나오면 이상하게 느껴지리만큼 자연스러워졌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1968년 데뷔했다는 가왕이 서른살을 넘겼으면서도 오빠로 불리던 1980년대 초쯤이었다.
소년은 가왕의 노래가 사실 좀 지겨웠다. 가요 경연 프로에서는 늘 1위가 그의 노래였기 때문이다. 10주 연속 1위를 하면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룰이 생긴 것도 그 때문이었다. 고추잠자리, 단발머리, 못 찾겠다 꾀꼬리, 창밖의 여자 끝도 없이 1위곡이 이어졌다. 심지어는 민요 한오백년도 그의 목청을 거쳐 나오면 히트곡이 됐고 외국인들도 경연프로에서 늘 ‘친구여’나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불렀다. 남진이나 나훈아, 이미자 같은 전혀 다른 이들의 영역 같았던 트로트 가요도 ‘미워 미워 미워’나 ‘허공’으로 가왕은 휩쓸었다.
한국인이 있는 곳에서는 어디나 그를 찾았다. 아직도 기억나는 한 대목. 80년대 중동 건설현장에 인기가수들이 초대됐을 때 가왕은 호돌이탈과 인형옷을 입고 등장(복면가왕의 올드버전쯤)해 사막의 팬들을 놀라게 했다.
연말 가요 시상식도 최고상은 늘 가왕의 차지였다. 70년대 말부터 90년대를 지배했던 가왕은 최고상 자리를 한두차례 내줄 때 쑥스러운 미소를 짓거나 ‘저는 많이 탔잖아요’라고 후배에게 어색한 악수를 청했다. 소년은 1982년 가왕이 아닌 다른 가수가 최고상을 탈 때 묘한 희열같은 쾌감을 느꼈다. 마치 이승엽이 고교생 투수에게 삼진을 당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가왕을 대신한 이가 국풍이라는 관제행사를 타고 등장해 정권 차원의 지원 아닌 지원이 있었다는 건 나중에 알았다.
중고등학생이 된 꼬마는 가왕의 나래이션이 촌스럽다고 느꼈다.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일이 있는가 ~ 산정높이 올라가 굶어서 얼어죽는 눈덮인 킬리만자로의 그 표범이고 싶다’로 시작했지만 '21세기가 원한다'는 대목에서 느껴지는 오글거림이랄까. 비슷한 시기, 차라리 ‘행진, 하는 거야, 앞으로 ~ ’ 같은 들국화의 외마디 절규가 더 다가왔다.
시간이 흘러 가요계는 분화했다. 물론 가왕은 ‘바람의 노래’, ‘기다리는 아픔’ 같은 절창을 꾸준히 토해냈다. 흉흉한 IMF체제의 전조로 음산한 세기말이 가까와오는 1997년 그는 '바람의 노래'를 통해 '내가 아는건 살아가는 방법뿐이야'라고 노래했다. 추억의 뒤켠으로 조금씩 물러나며, 부인을 떠나보내는 개인적인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2009년에는 40주년 기념 콘서트 실황음반을 내면서 히트곡만을 추려내는데도 30여곡 가까이나 돼 진땀을 흘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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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은 그에게 헌정무대를 연이어 선보였고 가왕과의 친분은 얘깃거리를 넘어서는 소재였다. 하지만 그는 추억에 머무르지 않는 여전한 제왕이었다. 2013년 내놓은 노래(BOUNCE)를 통해서는 '그대가 돌아서면 두 눈이 마주칠까 심장이 Bounce Bounce 두근대'라고 했지만 노래를 듣고 가슴 콩닥이는 건 팬들이었다. 그 음반은 그해의 음반이 됐다.
세기적 이벤트인 지난달 남북정상회담 만찬에도 가왕은 초청받았다. 대표곡 ‘그 겨울의 찻집’을 부른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내외에게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를 해 구설에도 올랐다. 하지만 그는 평소 길에서 팬들을 만나더라도 똑같이 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인사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에게도 꼭 같았다.
거의 매해 꾸준한 콘서트를 통해 경기장이나 체육관 몇곳쯤은 팬들로 채워버렸다. 소녀들의 소프라노 '꺅' 비명은 누이와 어머니들의 주름에 스며들었다. 그는 오늘 밤(12일 조용필&위대한 탄생 50주년 전국투어 콘서트 '땡스 투 유'-서울공연)에도 노래 Hello를 통해 '손끝만 스쳐도 그댄 벌써 나를 알아보리/우린 운명이라고 나의 느낌이 말해주지'라고 노래할 것이다.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 소중한 건 옆에 있다고' 심장을 뛰게 하는 그가 옆에 있다. 가왕의 노래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