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호사다마(好事多魔)다. 올 초까지 승천할 기세로 재계 수위에 오른 SK 앞에 만만찮은 장애물이 놓였다. 첫째는 계열분리와 지배구조 개혁, 둘째는 사업적 비대칭 리스크 해결, 셋째는 사회적 가치라는 조직문화의 체화다.
3년 전 복귀한 최태원 회장은 계열분리를 심각히 여겼다. 그래서 그룹 총괄조직 수펙스(SUPEX)가 한때 300명까지 불었고 상당수는 계열분리만 파고들었다.
최우선은 최신원-최창원 형제에 진 마음의 빚을 갚는 것이었다. 외환위기 전후로 그룹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두 사촌으로부터 경영권을 위임받은 터라 이 가문과 책임경영을 준수하고 종래엔 계열을 나눠야 할 구상이 있었다. 친동생인 최재원 부회장은 상대적으로 차순이었다.
최신원 회장은 선대의 유산이자 그룹의 원천인 SK네트웍스(옛 선경물산)를 원했다. 이 문제는 지분권이라는 숙제를 남겼지만 현재 모습으로 원만히 해결됐다. 최신원 회장이 물질적 욕심보단 사회적 공헌과 명예를 중시한 덕분이다.
SK케미칼그룹(현 SK디스커버리)을 일궈온 최창원 부회장은 10여 년 동안 분리를 준비했다. 경영능력을 바탕으로 지분을 모아왔고 최근 소그룹 체제를 이뤄 중간단계의 독립을 이뤄냈다. 남은 문제는 SK건설을 상장해 해결하면 될 공산이었다.
최태원 회장은 이런 고차방정식을 해결하면서 SK라는 브랜드에 맞는 기업 및 조직 문화를 만들었다. 사회적 기업 육성과 일하는 방식의 혁신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레거시를 역설한 것이다. 새 철학은 이제 막 자리 잡는 단계였다.
하지만 경영 환경적 변수는 이런 노력을 일시에 흔들었다. 라오스의 재난은 앞서 열거한 모든 과제의 민낯을 한 번에 드러낸 사건이다. 천재냐 인재냐를 따지는 것도 중하지만 내적으로는 문제의 근원을 살펴봐야 할 가치가 있다.
확실한 것은 SK건설이 최태원 회장과 최창원 부회장 사이에서 애매한 형태로 소유관계가 이뤄져 왔다는 것이다. 주력 계열사가 아니어서 오너의 책임경영이 여의치 않은데도 사업의 본질보다는 계열분리를 위한 도구로 인식되면서 단기적인 성과가 우선시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SK건설이 일으킨 평택 미군기지 수주 문제와 이번 라오스 이슈는 무리한 사업전개를 드러낸다. 최 회장은 "단기적으론 손해를 보더라도 사회적 가치를 우선해야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있다"고 역설했지만 이 철학이 스며들지 못한 회색지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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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앞으로 지켜봐야 할 사안은 이미 발생한 사업적 비대칭 리스크를 SK가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관한 것이 아닐까 싶다. 재난에 가까운 문제이지만 이를 미봉책으로 회피한다면 그동안의 아젠다는 헛된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 반대로 도전을 정면으로 돌파한다면 그 진정성을 입증할 기회가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