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천기술(Original Technology)을 확보해야 한다" 전문가들이 미래산업을 이야기할 때마다 외우는 주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주문을 외우는 것에 그칠 때가 많다. 원인은 다양하다. 적재적소에 필요한 사람과 돈, 방향성이라는 재료가 없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앞서간다는 산업도 원천기술이 없어 이익을 떼어 주는 경우가 있다. 최근 수주 낭보를 잇따라 전하는 조선업계가 그렇다.
조선사들은 지난해 뛰어난 건조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발주량의 87%를 수주했다. 올해도 발주된 12척 중 10척을 싹쓸이했다. 하지만 국내 업체가 이익을 전액 가져갈 수는 없다. LNG운반 핵심기술인 초저온 화물탱크 원천기술을 해외업체가 쥐고 있어서다. 한 척당 약 100억원의 기술사용료가 나간다.
이 같은 지적은 조선업계 현황을 진단하는 자리가 아닌 수소선박이라는 미래산업을 다루는 토론회에서 나왔다. 수소선박이 향후 상용화될 때 LNG선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는 주장이었다. 이 자리에서도 원천기술 확보 주문은 어김없이 나왔다.
이번만큼은 주문을 현실화할 재료가 마련되는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은 수소경제 원천기술 상용화를 공언했다. 수소전기차에 공을 들이는 현대차도 수소 관련 연구 분야의 원천기술 보유를 자신한다.
이 분위기를 수소산업 전체로 확장해야 한다. 수소선박 추진 현장을 둘러본 한 전문가는 "현 정부가 미래산업 연구개발(R&D)을 지원하는 모습이 역대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예산을 배정한 것으로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할 뿐 산업육성에 대한 로드맵 실천 등 실행력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겪는 시행착오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원천기술은 3분 만에 완성되는 요리가 아니다. 인내심을 갖고 기술 개발을 바라봐달라는 게 원천기술을 현실화할 현장의 주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