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교문에서 멈추는 민주주의

[기자수첩]교문에서 멈추는 민주주의

이해인 기자
2019.05.12 14:56

지난 8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급하게 경남 창원 출장길에 올랐다. 경남학생인권조례가 도의회 심사를 앞두고 찬반 공방만 가열되자 박종훈 교육감의 호소에 힘을 보태기 위해서다.

경남의 학생인권조례 제정 시도는 벌써 3번째다. 학생인권조례란 학생의 존엄과 가치가 교육과정에서 보장되고 실현될 수 있도록 각 시도교육청에서 제정한 조례다. 경남도가 2009년 제정을 시도했지만 실패한 후 경기교육청(2010), 광주교육청(2011), 서울교육청(2012), 전북교육청(2013) 등 전국 4개 교육청이 제정에 성공했다.

학생인권조례는 지역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학생의 자유권, 평등권을 포장하고 학교자치 참여권과 교육 복지권을 강조한다. 학생이 성별이나 종교, 임신, 출산, 정체성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으며 물리적·언어적 폭력으로부터 자유롭고 용모에서 개성을 실현할 권리를 가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이미 헌법과 UN 아동권리협약이 보장하고 있는 것들이다. 그럼에도 왜 교육계는 이를 별도로 끄집어내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게 됐을까.

우리나라 학생들의 인권은 '민주주의는 교문에서 멈춘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열악하다. 아이들의 몸과 마음은 직·간접 체벌과 막말, 성희롱으로 멍들고 학교라는 울타리 안까지 존재하는 각종 차별과 혐오로 다양성은 사라졌다.

학교 안에서 아이들은 통제되고 끊임없이 지식을 주입해야 하는 대상일 뿐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하나의 인격체로 대해지지 않은 것이다. 이는 입시와 맞물려 정당화되고 더욱 큰 힘을 발휘했다. OECD 중 청소년 행복도 최하위라는 오명의 탄생 배경이다.

학생인권조례의 필요성은 결과로도 보여진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교사로부터 체벌을 경험한 수치는 2009년 25.4%에서 2015년 18.9%로 감소했다. 현재 학생인권조례를 도입한 4개 시도는 전국 학생의 절반이 소속돼있다.

도축을 위해 길러지는 동물에게도 기본 권리와 복지가 논의되는 시대다. 언제까지 아이들을 가두고 억제하고 통제할 수 있을까. 또 하나의 생각의 틀을 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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