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5%룰 이제 바로잡자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5%룰 이제 바로잡자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2019.10.23 08:58

[기고]김우찬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정부가 5%룰 개선방안을 담은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내놓자 재계와 자유한국당이 극렬히 반대하고 나섰다. 국민연금을 통한 경영개입이 우려된다는 것이 기본적인 이유다. 시행령 개정안 내용이 정말 우려할 만한 수준일까?

5%룰은 회사 주식을 5% 이상 보유한 자로 하여금 보유상황을 5일 내에 공개하도록 하는 제도다. 그 목적은 아무도 모르게 주식을 매집해서 갑작스럽게 지배권을 찬탈하는 행위를 막기 위함이다.

5%룰이 없다면 경영자는 일에 집중하기는커녕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해당 경영자뿐만 아니라 회사와 국민경제에도 해악이 된다. 이 때문에 유의미한 크기의 주식시장을 갖고 있는 나라라면 5%룰이 없는 나라가 없다.

우리나라도 주식시장 대외개방에 앞서서 지난 1991년말 5%룰을 처음 도입했다. 그 이후 2003년 재계 입장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외부주주가 모 재벌그룹의 간판회사 지분을 매수한 후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회사 주가가 1년 만에 5배 폭등해 모든 주주들이 박수를 쳤지만 재계는 엉뚱하게도 정부를 상대로 경영권 방어장치 도입을 집요하게 요구했고, 이에 찬동한 정부는 2005년 보유상황 뿐만 아니라 보유목적이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인 경우 단순투자목적인 경우에 비해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5%룰을 대폭 강화하였다.

이는 소위 미국식 5%룰을 채택한 것이나 5%룰의 당초 제도취지에서 다소 벗어난 방식으로, 미국식 제도를 채택한 나라는 현재 미국, 프랑스, 일본, 한국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또 미국에서는 10일 내에 보유상황과 보유목적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어 5일 내에 이를 공개해야 하는 우리나라 제도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미국식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경영권에 영향을 주는 활동의 범위가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주활동 과정에서 보유목적을 잘못 기재해 법을 위반할 위험이 있다. 이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유권해석을 통해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의 범위를 명확히 하려는 노력을 1998년부터 기울여왔다.

이번에 우리 정부가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내놓은 것도 같은 취지라 볼 수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단순한 의견표명이나 대외적인 의사표시, 임원의 위법행위에 대응하기 위한 위법행위 유지청구와 임원해임 청구, 사전에 공개한 원칙에 따라 특정회사가 아니라 투자대상기업 전체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자 하는 이사회 등 회사의 기관과 관련된 정관 변경, 그리고 배당과 관련된 주주활동은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활동’의 예외로 인정받도록 하는 누가 봐도 수긍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재계와 자유한국당은 국민연금이 경영에 개입할 수 있다고 보면서 문제점들을 지적한다. 예컨대 이번 시행령 개정내용이 법이 위임한 범위를 벗어났다는 것이다. 즉 법에서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의 사례로 ‘임원의 선임·해임 또는 직무의 정지, 이사회 등 회사의 기관과 관련된 정관 변경’을 열거하고 있기 때문에 하위법령인 시행령을 통해 ‘임원해임 청구’와 ‘회사기관과 관련된 정관변경’을 예외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단순한 임원의 해임청구가 아닌 위법한 임원의 해임청구는 현재도 해석상 예외를 인정받고 있고, 회사의 기관과 관련된 정관 변경은 법에 의해 이미 특례가 인정되는 공적연기금 등 한정된 투자자에게만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어서 상위법의 위임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

5%룰은 아무런 사전예고 없이 이루어지는 갑작스런 지배권 변동으로부터 경영자를 보호하는 것이 목적이 돼야지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의 범위를 일부러 불확실하게 만들어 정상적인 주주활동을 방해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 2005년도 입법 실수를 조금이라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기회에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우리의 5%룰을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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