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월15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과 한·중·일, 호주·뉴질랜드를 포함한 아시아 15개국의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가 타결됐다. 경기침체에다 미중 갈등에 따른 보호무역에 지칠 대로 지쳐 있어서인지 모두 환영하는 분위기다. 시장에선 세계 인구와 무역, GDP(국내총생산) 각각의 3분의1을 차지하는 세계 최대 경제권이 탄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미국을 제외한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의 11조3000억달러, USMCA(북미자유무역협정)의 24조4000억달러를 상회한다. 무역강국이라 할 수 있는 한·중·일 입장에선 한일과 중일 간에 체결되는 첫 FTA면서 중국이 참여하는 최초 초대형 자유무역협정이란 의미도 있다.
언제 발효되나. 15개국 중 적어도 9개국 또한 9개국 중 아세안 6개국 이상, 한·중·일, 호주·뉴질랜드 중 3개국 이상 비준을 받으면 바로 발효된다.
주요 내용은 뭔가. 1~20장에 걸쳐 상품 및 서비스의 무역, 투자 외에 지식재산, 전자상거래, 경쟁 및 기술협력, 정부조달 등을 포괄하는데 무역 자유도 관점에서 한마디로 기존 아세안의 무역협정보단 높고 TPP보다는 낮다고 할 수 있다. 첫째, 2007년 발효된 아세안 무역협정에선 관세철폐 상품이 전체의 약 80%였지만 RCEP에선 90% 이상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다만 100% 철폐가 아니고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철폐되는 품목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TPP보다 낮은 자유도다.
둘째, 서비스무역도 아세안 무역협정보단 높다. 하지만 한국, 일본, 호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브루나이를 제외한 중국 등 8개국은 일단 포지티브 시스템(규정에 열거항목만 자유화)을 채택한 후 협정 발효 6년 내에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전환키로 했다. 그만큼 자유도의 제약인 셈이다. 셋째, 아세안 무역협정보다 지식재산, 전자상거래, 경쟁 및 기술협력 측면에서 전향적으로 접근하고 있으나 지식재산, 노동자 인권, 환경문제, 국유기업 보조금 등 기준은 TPP보다 상당히 완화되거나 포함되지 않았다. 이는 일본보다 아세안과 중국 입장이 많이 반영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그렇다면 어떤 효과가 기대되나. 첫째, 무엇보다 ‘자유무역주의로의 복귀’ 효과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보호무역주의 압력이 커지고 있었기에 전환점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크다고 할 수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도 기본적으로 자유무역주의 입장이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선 경쟁을 통한 상승효과도 생각해볼 수 있다.
둘째, 성장 측면에서 피터팬 국제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30년까지 세계 GDP는 1860억달러(약 224조원)의 증가효과가 기대된다. 또한 국별 효과론 일본 국제문제연구소가 한국은 6.5%, 중국은 4.6%, 일본은 5.0%, 아세안은 평균 5.4%로 관련국들이 상당히 큰 플러스 효과를 얻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셋째, RCEP 협정에 따라 각국 수출입이 활발해지면 이는 현재 불안해지는 제조업의 안정적 공급망(supply chain) 구축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국별 셈법은 어떤가. 아세안국가들은 ‘아세안 중심’이란 명분에다 공급망 구축 효과를, 한국은 아시아국 중 가장 큰 성장 효과를, 일본은 RCEP 참가를 통해 중국 견제와 미국을 TPP 등 자유무역협정 참여로 유도하는 효과를 겨냥하고 있을 만하다. 하지만 표정관리 속에 가장 이익을 많이 챙긴 국가는 중국이 아닌가 싶다. TPP와 미중 무역협상에서 쟁점이 된 지식재산, 국유기업 보조금, 노동자 인권 등의 기준에 있어 결국 중국 룰(rule)이 채택된 데다 아세안과의 협력을 통해 공급망 구축도 주도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특히 관심을 끄는 건 RCEP 체결 직후인 지난 11월2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에서 TPP 참가의사를 밝혔다는 점이다. 바이든 당선인에 대한 유화 제스처인지, RCEP의 확장전략인지 앞으로의 관전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