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주식회사라고 치면 주주는 국민이고, 대통령은 주주들이 주주총회에서 뽑은 ㈜대한민국의 CEO다. 청와대 내 대통령비서실은 회장 비서실이고, 행정부 각 부처는 경영 이사회 멤버로서 인사, 법무, 산업 등 각 파트를 맡는다. 입법 기능을 제외한 국회의 국정감사 기능은 ㈜대한민국의 감사위원회쯤 된다.
국내 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은 지주회사인 ㈜대한민국 내의 자회사나 손자회사들 쯤 되며, 정부는 이들과 근로자들로부터 각종 세금을 거둬들여 주주인 국민들의 복지향상 등에 활용하고, 공동체인 국가를 운영하는데 쓴다.
이 모든 것은 대한민국 구성원인 국민들이 초기 주식회사 설립시 '사회적 계약'에 의한 합의로 만든 것이다. 이 초기 사회적 합의는 법률 형태로 나타나는데, 그 중 상법, 공정거래법, 노동법 등은 자회사나 손자회사 간 구체적인 이해가 얽힌 사회적 합의다.
이번 국회에서 통과를 앞둔 상법 개정안 중 감사위원 분리 선임제는 ㈜대한민국의 감사위원을 뽑을 때 여당에서는 3%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는 것과 같다. 일부 완화했다는 게 여당 계파별로 3%씩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건 별 의미 없는 일이다. 이를 '공정경제' 법률이라고 부르니 기업들은 속이 터질 노릇이다.
또 노동조합법상 사업장 내 주요 생산시설을 점거하지 못하도록 개정안을 추진하다가 이를 제외했다. 이는 ㈜대한민국의 감사위원회인 국회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국회 본회의장을 점검해도 된다는 의미와 다름 아니다. 특히 이번 법안처리는 속전속결로 밀어붙이는 힘의 논리가 문제다.
만장일치제가 아닌 다수결의 원칙을 민주주의의 원리로 채택한 것은 이런 룰을 바꿀 때는 당사자 간 협의와 합의의 과정이 중요하며 이를 반드시 거치라는 의미다.
다수결의 출발은 서로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조율 과정을 거쳐 어느 한쪽에 표를 던져 결정난 사안은 다른 쪽이 수긍할 수 있는 상태를 전제로 한다.
이해 당사자간 충분한 토론을 통해 상대방을 설득하거나 도저히 설득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주주인 국민들의 여론을 자신들에게 충분히 돌릴 수 있을 만큼의 명분을 쌓으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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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으면 공동체의 룰이 어느 쪽이 다수가 되느냐에 따라 반대편에 대한 설득 노력 없이 끊임없이 흔들려 사회 전체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 지금이 그런 상황이다. 우리의 경우 약 10년을 주기로 진영의 교체를 경험하고 있고 그때마다 사회를 규율하는 제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주식회사 대한민국에서의 룰을 바꾸기 위해서는 그 구성원들 중 일부라도 납득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충분히 설득하고, 함께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번 상법이나 노동조합법 개정 과정 등에서 이런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일부에서 "180석이 넘는 여당이 왜 이렇게 멈칫거리냐", "힘 있을 때 밀어붙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들을 한다.
프랑스 철학자이자 사회계약론의 저자 장 자크 루소는 "아무리 강한 자라도 자기의 힘을 권리로, 그리고 타인의 복종을 의무로 바꾸지 않는 한 언제까지나 주인일 수 있을 만큼 강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사회적 계약에 의한 합의로 이뤄지지 않은 힘의 행사는 잠시의 굴복을 가져올 수 있을지는 몰라도, 오랜 기간 영속되지는 못한다는 얘기다.
다수당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오래 그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군을 많이 확보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대화와 설득이 중요하다.
전체가 아닌 다수의 힘으로 정한 룰이 합의 과정을 거치지 않을 경우 50%+1주를 더 가진 다른 다수에 쉽게 무너진다. 지금이라도 힘으로만 밀어붙이지 말고 기업규제3법(상법, 공정거래법, 금융복합기업감독법)과 노동법 등에 대해 경제계의 목소리를 더 듣고 재논의를 해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이 실패하지 않는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