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진칼럼]아산 정주영 20주기

[김화진칼럼]아산 정주영 20주기

김화진 기자
2021.03.09 01:26

오는 3월21일은 아산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20주기다. 아산이 소천한 지 20년, 즉 한 세대가 지났다. 아산이 창업한 기업들은 글로벌 선두에서 발전을 계속하면서 3세대로 세대교체가 이루어졌거나 진행 중이다. 아산이 국내 최대 민간기업이던 현대건설 지분의 절반을 내놓아 설립한 아산사회복지재단의 아산병원은 같은 시간 동안 한국 최고의 병원이 되었다. 암치료를 포함해 몇몇 전문분야에서는 글로벌 4~7위권의 높은 평가를 받는다.

 

20주기 기념사업의 하나로 아산의 회고록 '이 땅에 태어나서'가 국내에서 독후감대회를 거쳤다. 아산재단이 전국 각지 도서관과 각급 학교에 책을 기증했고 그 책을 찾은 수많은 독자가 독후감을 써서 보내왔다. 해외에서도 다수의 독자가 독후감대회에 참가했다. 세월은 흘렀어도 아산이 아직도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 있다는 좋은 증거다. 중·고생 부문도 성황을 이루었고 여성 독자가 훨씬 많았으며 고령의 독자도 상당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아산의 회고록은 중국어, 일본어, 베트남어로 번역되어 해당 나라에서 출판된다. 중국어판은 칭화대출판부에서 나온다. 특히 베트남에서는 몇 년 전 이 책이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번역되어 절찬리에 유통된 바 있다. 베트남은 한국의 1970~80년대에 비견되는 경제와 사회의 역동성이 넘치는 나라답게 국민들 사이에서 아산과 같은 입지전적 성공스토리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모양이다.

 

사실 아산의 일대기는 거의 한류드라마 수준이다. 아산의 일생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를 쓴 저명 극작가는 필자에게 아산의 일생은 대형 영화 스크린을 2시간 쉽게 꽉 채울 정도의 콘텐츠라고 한 적이 있다. 작가 입장에서 한국사에서 그에 비견할 만한 콘텐츠 보유자는 이순신 장군이 유일하다고도 했다.

 

세계 어디에도 빈농의 아들이 집을 나와 맨주먹으로 글로벌 10대 기업 3곳을 포함, 무수히 많은 기업을 창업하고 성공시켰다는 스토리는 찾기 어렵다. 58세에 새로 조선소를 지어 오일쇼크를 두 번이나 거치면서도 10년 만에 글로벌 1위를 만들었고 70세에 한국 최초로 기계영농을 도입해 광대한 서산농장을 조성했다. 한국 최대 병원을 포함한 헬스케어 시스템도 탄생시켰다. 민간인 위치에서 올림픽을 유치하고 북방외교와 남북교류에 결정적인 기여도 했다. 남북분단 이후 도보로 군사분계선을 넘은 첫 민간인이다. 아산은 어지간한 성공적 삶을 산 사람 열 사람 정도의 인생을 살았던 것 같다.

 

타계하기 1년 전쯤인 2000년 1월1일 0시에 85세 노기업인 아산은 머니투데이 인터넷신문 창간호에 '세상의 변화가 여전히 멋있다'는 제목으로 오피니언을 썼다. 아산은 "최근 '인터넷 소용돌이'가 세상의 변화과정에서 커다란 전환점에 해당한다는 점을 평생 쌓아온 사업가적 안목으로 분명히 인식한다"고 했다. 그리고 "뛰어난 사업가라면 새천년의 화두를 인터넷에서 찾아야"할 것이고 "젊은이들이 인터넷의 가능성 앞에서 땀을 쏟으며 노력을 경주하는 것은 행복한 일"이며 그를 바라보는 자신도 덩달아 흐뭇하다고 썼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새로운 이념이 된 지금으로부터 2세대 전에 이미 '경영자 청지기론'을 이야기했고 나눔의 철학도 실천한 아산이다. 20세기적 인물이지만 아산의 생애와 업적, 그리고 기업관과 기업가정신은 21세기를 이끌어가는 전국 경영학·경제학도도 한번 되짚어볼 가치가 충분하다. 아산의 20주기를 삼가 추념한다. ‘아산 정주영 레거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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