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연말만 되면 새해 달력을 보면서 휴일을 세는 버릇이 있다. 새해에는 또 얼마나 많은 공휴일이 주말과 겹쳤는지를 살펴 보기 위한 연례행사다. 주말과 겹친 날이 거의 없다면 환호를 하고 새해에 대한 기대를 품는다. 그러나 혹시라도 공휴일과 주말이 많이 겹치면 우울한 기분이 든다.
이에 비해 미국, 일본, 유럽 선진국은 역사, 종교, 문화적으로 날짜나 기념일이 중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이전부터 몇월 몇번째 월요일 등 지정공휴일을 쉬어왔다. 실제로 영국은 8일 중 5일, 프랑스는 11일 중 4일, 독일은 11일 중 4일, 캐나다는 10일 중 5일, 미국은 10일 중 6일이 요일 지정 공휴일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최근 휴식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국민들에게 휴식권을 돌려주기 위해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의가 시작돼 '대체공휴일' 확대 방안을 확정했다. 그리고 드디어 첫 번째 혜택을 입었다. 광복절 휴일이 일요일이어서 이튿날인 16일을 대체공휴일로 쉰 것.
코로나19(COVID-19) 4차 대유행 가운데 시행된 대체공휴일이어서 맘 편하게 여행을 가거나 나들이를 할 수는 없었지만, 집에서 달콤한 휴식을 취하며 연휴를 만끽했다.
올해 연말까지는 개천절과 한글날에 대체공휴일이 추가로 적용된다. 내년엔 추석과 한글날에 적용되는 등 국민들의 휴식일은 앞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쉬는 날이 너무 많아진다는 경제단체와 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들의 격렬한 반대로 크리스마스, 부처님오신날, 신정 등 일부 공휴일은 제외됐다. 그럼에도 대체공휴일 확대 결정은 국민들의 격한 환영을 받았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영업 제한으로 자영업자들이나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대체공휴일 확대는 코로나19 종료 이후 정상화된 사회에서 내수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대체 공휴일에 따른 효과는 소비지출액은 2조1000억원, 경제 전체에 대한 생산 유발액은 4조2000억원, 부가가치 유발액 1조6300억원, 취업 유발인원 3만6000명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쉼에도 여전히 양극화는 존재한다. 대체공휴일이 확대되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5인 미만 기준이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한다. 그럼에도 더 이상 일부의 희생 만을 일방적으로 강요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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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일하는 것이 능사가 아닌 시대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연간 노동시간은 OECD 최상위권이었지만 노동생산성은 하위권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당 1인 노동생산성은 41.7달러를 기록해 38개 회원국 중 27위에 그쳤다. 아일랜드(111.8달러), 룩셈부르크(96.7달러), 노르웨이(85.5달러), 덴마크(75.4달러), 미국(74.3달러) 등이었다. 슬로바키아(45.8달러), 슬로베니아(45.7달러), 체코(42.1달러) 등 동유럽 국가들 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이와 반대로 근로시간은 1908시간에 달해 1위인 독일(1332시간)은 물론 덴마크(1346시간), 영국(1367시간), 노르웨이(1369시간), 네덜란드(1399시간) 보다 훨씬 많았다. 개발도상국인 코스타리카, 멕시코 정도만 우리보다 근무시간이 길었을 뿐이다. 이처럼 우리나라가 오래 일하는데도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은 일을 늘어지게 처리해 개인의 업무 집중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
한국 경제는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어서는 등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자리잡았다. 이젠 장기간 노동을 통해서만 버틸 수 있는 경제 구조를 벗어나 혁신적이고 생산성 높은 구조를 만들어 나가야 하는 시점이다.
잘 쉬면서도 집중적이고 효율적으로 일하는 생산성 높은 새로운 근로 문화를 정립해야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가 재택근무, 유연근로제, 시차출근제, 화상 회의 시스템 도입 등 유례 없이 빠른 속도로 근로 문화의 혁신을 앞당기고 있다. 적절한 휴식권 보장이야 말로 새로운 경제 모델로 향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