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넘치는데 집이 없다. 집이 모자라면 집을 지어야 하는데 "공급은 충분하다"고 주문처럼 되뇌다 타이밍을 놓쳤다. 수요를 눌러보겠다며 대출을 조이고 또 조인다. 일관된 행보다.
문재인정부의 첫 번째 부동산 정책인 이른바 6·19대책에서 LTV(주택담보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를 낮춘 게 시작이다. 위헌요소에도 불구하고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대출을 막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추세가 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도입은 정해진 경로였고 대출 총량관리 단계까지 갔다. 신용대출한도 축소를 거쳐 NH농협은행 등 일부 은행이 대출을 일시중단하기에 이르렀다.
금융당국의 대출억제는 예고된 것이다. 상반기 금융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1년 전보다 9.4% 많았다. 기존 정책기조에 따라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인 연 5~6%를 맞추려면 불가피했다. 금융통화위원 시절 "기준금리 인상" 의견을 낸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의 매파 성향과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의 "퍼펙트 스톰" 발언 등에서 이를 짐작할 수 있었다.
지난 7월 한국은행이 조사한 국내 은행의 3분기 대출태도지수는 -3으로 직전 분기보다 10포인트 떨어졌다. 가계주택대출은 -9에서 -18, 가계 일반대출은 0에서 -18이 됐다. 신용위험지수는 18로 8포인트 높아졌다. 대출이 부실화할 가능성이 커졌으니 깐깐하게 하겠다는 의미다. 박리다매식으로 대출상품을 팔아온 은행은 심사를 까다롭게 하거나 이자를 올려받는 방식을 취할 것이다. 대출 수요자들은 돈을 빌리지 못하거나 이자를 더 물어야 한다.
연체율 등과 같은 지표에서 아직 위험신호가 없지만 그렇다고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집이든 주식이든 자산가격은 오를 때가 있으면 내릴 때가 있고 리스크 관리는 부족한 것보다 넘치는 게 낫다. 가파른 대출증가 속도는 그 자체로 문제이기도 하다.
게다가 정부의 골칫거리인 집값이 급등했다. 집값 측면만 놓고 보면 '풍선효과'를 명분으로 전 금융권이 동시다발적으로 돈줄을 죄는 것은 15억원 이하 주택수요를 일시 잠잠하게 할 것이다. "사다리를 걷어찼다"는 비판을 받겠지만 금융당국은 2015~2016년 두 자릿수 넘던 가계부채 증가율을 한 자릿수로 끌어내리며 할 일을 해왔다.
대출받을 수 없는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가격이 계속 올랐다는 데서 드러나듯 대출을 틀어막아도 집값을 잡는 데는 한계가 있다. 금융당국의 대출규제가 잠시 효과를 거둔 시기에 주택공급을 늘려야 했지만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재건축·재개발은 억누르고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는 풀지 않았다. 3기 신도시는 한참 늦었다. 아파트도 임대사업을 할 수 있게 해 매물을 가뒀고 양도세 중과로 증여를 활성화(?)시켜 매물이 수십 년간 시장에서 사라지게 했다. 소위 '임대차3법'(전월세신고제,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으로 전세매물도 줄여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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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요자 시장인 임대시장에서 전월세 가격이 치솟자 등 떠밀리듯 공급계획을 내놓았다. 정작 지난해 8·4 공급대책을 발표하고 1년 동안 사업계획이 나온 곳은 없다. 대처가 서툴러 시장을 왜곡했고 집은 희소재가 됐으니 가격이 안 오르면 이상했다.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올 1~7월 11% 넘게 뛰어 지난해 연간 상승률을 넘어섰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인상을 시사하면서도 "기준금리를 한두 번 올린다고 해도 통화정책은 완화적"이라고 했다. 정부는 내년 예산규모를 600조원대로 늘려 확장적 재정정책을 계속 펼칠 방침이다. 신규 수요를 빼더라도 매년 노후화한 집은 늘어가니 그만큼 공급을 해야 했지만 정부는 이를 방기했고 있던 매물도 잠가놓았다. 그 결과 서울과 수도권의 주요 아파트는 매매든 임대든 매물이 동나다시피 했다. 돈값은 여전히 헐값이고 '집이 없다'는 사실도 뒤집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