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진칼럼]하버드대의 '기후부총장'

[김화진칼럼]하버드대의 '기후부총장'

김화진 기자
2021.09.14 02:05
김화진 /사진=김화진
김화진 /사진=김화진

하버드대학교가 2021년 가을학기에 맞춰 '기후와 지속가능성 부총장'이라는 특이한 직책을 새로 만들고 에너지와 환경정책 전문가인 경제학부의 정치경제학자 제임스 스톡 교수를 보임했다.

스톡은 하버드대가 수행하는 기후변화와 그 글로벌 파급효과에 대한 연구를 총괄, 조정하고 전략을 수립하게 된다. 또 이미 활동하는 총장 직속 지속가능성위원회와 공조로 지속가능성에 대한 연구와 그 이행을 지원한다. 하버드대는 상당히 오래전부터 전단과대학과 대학원별로 기후변화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연구와 교육을 진행했는데 새 부총장은 앞으로 이를 조율하고 체계적으로 통합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하버드대는 2014년 총장 직속으로 '기후변화해법펀드'를 설정하기도 했다. 펀드는 목표달성에 필요한 각 단과대학의 연구를 지원한다. 현재까지 생물학과부터 건축학과에 이르는 약 60개 프로젝트에 700만달러가 지원됐다. 2026년 캠퍼스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2050년에는 화석연료에서 완전히 탈피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학생단체들이 운을 띄우고 인문대학 교수들이 2020년 2월에 이를 결의한 것이 계기가 됐다.

예일대학교도 2021년 6월 총장 명의로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기후변화에 대한 연구와 교육에 대한 구상과 학교기금의 투자전략 수정방안을 담은 내용이다. 예일대는 페덱스가 기부한 1억달러로 탄소감축과 온실효과 축소를 연구하는 환경대학원과 인문대학 주도 공동연구 프로젝트를 출범했다. 예일도 2035년에 캠퍼스 탄소중립, 2050년 화석연료 졸업을 목표로 한다.

유럽 각국의 대학들도 이 조류에 속속 동참하는데 비단 고등교육에 국한되지 않는다. 스페인은 법률을 고쳐 고등학교의 모든 과목에 환경 관련 내용을 포함하도록 했다. 개별 과목이 아닌 모든 과목에 기후변화의 맥락을 포함하라는 것이다. 이탈리아는 2021년 1학기부터 모든 고등학교에서 1주에 1시간 환경 관련 수업이 의무인데 스페인은 그보다 한 걸음 더 나간 것이다.

대학은 기후변화의 과학과 인류문명에 미치는 영향, 사회가 그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 청정에너지 사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용타격과 사회적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연구해 대처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곳이다. 자연과학, 공학, 의학, 사회과학, 기업경영, 공공정책, 경제학 등이 한곳에 모여 연구되는 특이한 곳이 바로 대학이다. 서말의 구슬을 잘 꿰기만 하면 된다. 그 결과는 학생들과 사회에 전수될 것이다.

ESG가 자본주의 역사에 새 전기가 됐다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일시적 유행에 그칠 것이라는 회의론도 적지 않다. 특히 국내에서는 글로벌 조류에 순응하지 않으면 단기적으로나마 불이익을 입을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 때문에 일단 이유불문 동참이 대세다. 이럴 때일수록 대학이 중심이 돼 ESG의 이론적 타당성과 한계에 대한 연구를 종합적으로 수행하고 그 결과를 제시해야 한다. 기후변화와 지속가능성에 관한 정부 정책과 기업의 경영전략은 철저한 학문적 연구 위에서만 그 자체가 지속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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