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단계적 일상회복과 자영업 허들

[우보세]단계적 일상회복과 자영업 허들

지영호 기자
2021.11.02 06:00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지난해 코로나19(COVID-19)가 종식되면 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둔 적이 있다. 외출할 때는 항상 마스크를 써야 하는 줄로 알고 있는 아이와 마스크를 벗고 전국을 다니면서 시끌벅적한 시장을 돌아다니고 싶었다. 맛있는 음식에 환호하고 소소한 기념품을 고르고 있는 모습을 생각하면 절로 웃음이 나왔다. 어린시절 동네친구들과 대학 서클 선후배와의 만남도 기다려졌다. 밤새 술과 음식을 먹으면서 수다를 떠는 일이 그리웠다. 날을 비워 하루종일 운동을 하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지난해 2월 대구·경북의 1차 유행을 기점으로 3월부터 민간에서 시작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어느덧 20개월을 채웠다. 그동안 하고 싶었지만 감염병에 걸릴까봐, 혹은 주변에 피해를 줄까봐 하지 못했던 일들은 대부분 사회적 거리두기로 제한된 일상들이었다.

이런 일상이 곧 돌아올 수 있다는 희망이 커지고 있다. 단계적 일상회복을 위한 첫 날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달부터 식당과 카페는 24시간 영업이 가능해지고 사적모임 제한도 수도권 10명, 비수도권 12명으로 늘어났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는 핸들을 꺾은 셈이다.

지난해 1월20일 중국 우한에서 인천로 입국한 중국인 여성 A씨가 국내 첫 코로나바이러스(당시 우한 폐렴) 환자로 신고됐지만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 정도를 제외하면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이는 거의 없었다. 2002년 발생한 사스나 2012년 유행한 메르스보다 심각할 거라고 생각할 리도 없었다.

때문에 준비도 미흡했다. 기업이야 재빨리 비대면에 적합한 구조개편과 관련 상품 판매로 손실을 최소화했지만 개인들은 하루 먹고살기에 급급해 충분한 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특히 자영업자를 비롯한 비임금 근로자와 임시일용직이나 특수고용직 근로자의 형편은 크게 나빠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약 240조원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는데, 월급이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공무원, 공기업, 대중소기업에 비해 이들의 피해가 큰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어려운 형편은 대출 증가로도 나타났다. 자영업자 대출은 분기별로 꾸준히 늘어 지난해 1분기 700조원에서 올해 1분기 832조원까지 늘어났다. 같은기간 분기별 증가율은 10%에서 18.8%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일상은 회복하겠지만 늘어난 빚을 따라잡을 수 있을진 미지수다. 대출이 증가하면서 매출보다 이자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빠를 수 있어서다. 자영업자의 금융지원이 절실한 이유다.

자영업 진입에 허들을 만들자는 의견도 나오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던진 음식점 총량제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는 자영업자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상위권이다. 과잉경쟁으로 인한 피해가 빈번하고 사회적 손실도 크다. 이 후보는 시장경제를 훼손한다는 지적에 한발 물러섰지만 음식점, 부동산, 치킨집 등이 과도하게 많다는데 토를 달 사람은 별로 없다. 총량으로 제한하기보다 신고만 하면 개업할 수 있는 방식을 과밀 업종에 한해 허가하는 방식으로 검토할 만하다.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된 지금은 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라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의 손실을 보상해주는 문제 뿐 아니라 안전장치를 마련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올해 초 자영업자는 538만명으로 2년전에 비해 13만명이 줄었다. 13만명 중에는 집이나 부동산을 담보로 빚을 끌어모아 개인사업을 시작한 이들이 상당수다. 일상회복이 모두 완료된 후에는 자영업 구조 개편의 동력도 사라질 지 모른다.

 지영호 기자
지영호 기자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지영호 기자

'두려울수록 맞서라' 처음 다짐을 잊지 않는 기자를 꿈꿉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