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국주의 시절 유럽국가들의 식민지 경영은 가혹했다. 영국은 식민지 통치에 필요한 비용을 현지에서 조달했는데, 예컨대 파견된 영국 관리들의 봉급까지도 현지에서 만들어 썼다. 이러한 원칙은 대공황을 겪으면서 바뀌게 된다. 식민지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식민지 환경개선과 모국의 경제침체 및 실업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뒤늦게 식민지에 대한 소득과 기술지원, 인프라 개발 등을 계획했으나 2차 세계대전이후 서유럽 나라들이 미국의 원조를 받고 식민지가 독립하는 상황에서 원래의 계획이 온전히 실행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선진국이 저개발국을 지원한다는 생각은 더 이상 생소한 개념은 아니었다.
현대적 의미의 개발원조는 1960년대부터 시작된다. 양자주의를 선호했던 미국의 대규모 원조를 다자의 틀에서 규획하고자 하는 시도가 틀을 잡아갔다. 마샬플랜을 집행하고 있던 유럽경제협력기구(OEEC)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로 확대 개편된 1961년은 개발협력의 역사에도 뜻깊은 해이다. 자연스럽게 OECD는 ODA 공여국의 협의체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11월 25일은 우리나라가 이런 역사를 가진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한지 11주년이 되는 날이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 말부터 대외경제협력기금과 한국국제협력단을 설립하고 해외원조를 시작했지만, 국제적인 수준의 원조 규범과 제도를 채택하고 ODA 공여국의 반열에 들어선 것은 DAC 가입 이후라 할 수 있다. 지난 11년간 우리나라 국제개발협력은 양적, 질적으로 크게 발전했다.
올해 우리나라의 ODA 규모는 약 3조7000억 원에 달한다. 최근 10년간 연평균 ODA 증가율은 11.9%로 DAC 회원국 중 제일 높다. 다만 'GNI(국민총소득) 대비 ODA 비중'은 현재 0.15%로 DAC 평균 0.3%와 유엔 목표 0.7%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DAC 가입과 동시에 제정된 '국제개발협력기본법'이 작년말 개정됐는데, 국제개발협력위원회의 통합·조정 기능 등이 강화됐다.
최근 상황을 보자. 팬데믹 이후 개발협력 대상인 개도국의 경제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으며, 대면접촉의 어려움으로 사업 실행에 타격을 입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ODA 실행기관은 전례 없는 위기 상황과 싸우면서 변화된 ODA의 역할과 도전에 대한 소중한 경험을 얻고 있다. 다음 주 개최되는'2021 글로벌코리아박람회'는 이러한 ODA 실행 주체들의 상호 경험을 공유하면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국제개발협력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 국제개발협력의 새로운 10년은 팬데믹과 함께 막을 열었다. 이미 우리는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세계 각지에서 나타나는 분쟁과 난민, 자연재해, 양극화에 따른 소외 취약계층 확대 등 지속가능발전을 저해하는 많은 문제를 해결해야 할 부담을 안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COVID-19) 대응에서 나타난 정확한 판단력과 신속한 대처능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위기에도 회복력을 갖고 국제사회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국제개발협력의 주요 행위자, 이것이야말로 10년 후 대한민국의 모습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