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 시즌이 되면 관행처럼 정부조직 개편에 대한 이야기들로 한국 사회가 들썩이곤 한다. 아무래도 정책뿐만 아니라 돈과 권력이 움직이고, 크게는 한국 사회의 시스템과 문화가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많은 전문가들 정부조직이 바뀐다고 한들 정작 공직사회의 일하는 방식이나 효율성은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고 질타하기도 한다. 그래도 조직이 바뀌면 복지부동의 공직사회가 변화와 혁신의 민감도와 추동력을 크게 갖는 다는 점에서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현존하는 정부 조직과 구조, 인적자원, 일하는 방식으로는 신종감염병, 디지털 전환, 기후변화, 인구절감, 양극화 등의 사회적 도전과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는 바다. 그렇다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는 시점에서 필히 구현돼야 하는 정부의 전략과 기능은 무엇인가.
첫째, 미래지향적인 정부가 되어야 한다. 미래에 대한 선찰과 정책을 융합하고 정책과정에 시민참여와 민관협력의 집단지성을 활용해 불확실성과 파괴적 속성이 큰 미래에 대해 지혜와 신뢰를 가지고 대응해야 한다. 주어진 조건에 단선적으로, 사후반응적으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 데이터와 플랫폼을 활용해 미래를 전략적으로 선찰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정책과 전략을 함께 개발하는 열린정부와 정책지식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안에서의 협력적 혁신과 통합 행정이 선행돼야 한다. 필요하다면 법제화를 통해서라도 이를 강제하거나 강요할 필요가 있다. 안하면 안 되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 정부 안으로부터의 협력적 혁신을 통해 정부와 국민 간의 파트너십이 지속성과 대칭성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정부든, 민간이든 협력적 혁신이 없는 사회는 미래에 대해 전략적 담론과 실행가능한 시나리오를 만들 수 없고, 사회적 자본을 기반으로 위기에 대응할 수 없으며 위기로부터 회복탄력성을 크게 만들 수도 없다.
둘째, 문제를 해결하는 정부가 돼야 한다. 참여라는 명제 아래 국민과 전문가에게 답을 구하면서도 정작 그 답을 활용하지 않는 정부여서는 안 될 것이다. 문제를 국민과 함께 정확하게 파악하고 충분하게 설명하며 솔루션을 함께 개발하는 정부가 돼야 한다. 관료제라는 시스템을 활용해 정부는 행정과 관리의 영역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면서 예산과 규제를 활용해서 국민과 민간부문에게 시혜를 베푸는 수준으로 혁신을 주창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작 정부 스스로는 혁신하지 않으면서 국민들에게 혁신에 참여해 달라고, 혁신을 알아 달라고 간청하는 상황들이 넘쳐난다. 이러한 정부에게 퇴로를 만들어 줄 시점이 왔다. 임기응변식으로 과학기술과 전문가들의 힘을 빌려서 그 때 그 때 위기를 회피해가는 정부에게도 유통기한을 알려줄 시점이 왔다. 문제를 정의하는 일은 데이터기반행정에서 시작돼야 한다. 증거기반으로 정책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성과를 관리해야 한다. 적재적소에 정책실험을 통해 행동통찰과 혁신확산에 대한 합리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역량을 내재화해야 한다. 혁신을 확증하면 이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과 확산력을 만들 수 있는 매력적이고 신뢰할 만한 정부가 돼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혁신의 수요와 공급이 이뤄지는 지역사회로 파고들어가야 한다. 플랫폼정부가 돼 시민사회와 민간 부문의 역동적 참여와 세대 간 연대를 구조화해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복과 파편화된 R&D(연구개발)들이 초학제적 민·관·산·연·학의 혁신활동과 맞물려 효과, 효율, 통합, 창조의 변화력을 용광로와 같이 만들어 낼 줄 알아야 한다. 이러한 일을 할 수 있는 정부의 중심(Center of Government)과 거버넌스의 중심(Center of Governance)이 간절한 시대이다.
독자들의 PICK!
셋째, 포용적 지능정부가 돼야 한다. 디지털 전환의 정부는 ICT(정보통신기술) 인프라 투입에 의존하는 정부가 아니라 데이터, 블록체인, 인공지능과 같은 과학기술을 활용해 국민을 보호하고 서비스를 개발하며 혁신성장을 촉진시키는 기업가정신의 정부이어야 한다. 데이터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국민이 강해지고 공무원이 강해지는, 이른바 모두를 위한 지능형 정부가 필요하다. 또 포용적인 방식으로 데이터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이 함께 공공가치를 공동생산하고 협력적 성과를 공동창조하는 혁신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따라서 디지털 포용과 디지털 리터러시가 매우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데이터기반행정이 공직사회에 제대로 착근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글로벌화를 통해 선도국가를 지향해야 한다. 앞으로 선진국 한국은 국제사회가 묻는 질문에 성실하게, 충실하게, 탁월하게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때로는 국제사회가 묻고 답해야 하는 의제들과 이슈들을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제시해야 한다. 사실 이러한 일은 우리가 그렇게 잘 해왔거나 잘 할 수 있는 일들이 아니다. 오랜 기간 우리 정부는 국제사회가 만든 규범과 가치체계, 프레임워크를 민첩하게 학습한 뒤 지표관리 차원에서 우수한 성과와 사례를 빠른 시간 내에 보여주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그러나 미래의 정부는 국제사회의 지속가능발전에 멋진 한 수(手)를 두는 일, 국제사회가 공통적으로 직면하고 있는 대마(大馬)를 잡는 일, 지구촌이 갈망하는 혁신의 티핑포인트를 선제적으로 개발하는 일 등에 세련미와 탁월함을 보여줘야 한다.
이는 곧 국가 신뢰도와 이미지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코로나19(COVID-19) 이후 지나칠 정도의 초연결성과 상호작용성으로 국제사회가 예상치 못 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새로운 정부는 국제사회와 지식과 지혜를 공유하고 새로운 시대정신을 구현하며 당면한 난제들을 함께 해결해 나가는 글로벌 혁신의 유니버스이자 메타버스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