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프리즘] 누구를 위한 공공앱인가

[디지털프리즘] 누구를 위한 공공앱인가

조성훈 기자
2022.02.23 06:00

"이런 수준의 회의 앱을 쓰라니 한숨만 나옵니다"

최근 정부부처 비대면 회의에 참여한 민간 전문가들은 종종 회의앱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다. 정부 공식회의에는 '온나라' 회의앱만 사용해야하는데 끊김이나 지연 등이 잦아서다. 민간 제품에 비해 기능이나 품질이 떨어지니 공무원들도 이용하길 꺼린다. 차라리 대면회의가 낫겠다는 반응이 적지않다.

회의앱 뿐만이 아니다. 공무원전용 메신저인 '바로톡'도 비슷하다. 정보유출 방지 등을 이유로 정부가 직접 메신저를 개발해 운영하겠다며 2015년부터 중앙 행정부처와 지자체에 순차 보급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공무원들이 이용건수를 손에 꼽을 정도로 외면한다. 민간앱인 카카오톡에 비해 편의성이 뒤지고 자료 다운로드도 안되는 반쪽짜리여서다. 쓰지 않으니 존속시킬 이유도 없다. 급기야 국회 행안위는 지난해 바로톡 관련 개선사업 예산 16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이처럼 정부 공공기관이 개발해 운영하다 활용도가 떨어지며 사라진 공공앱이 2016년 이후 1000여개가 넘는다. 개발에만 수백억원이 들었고 유지관리비로 날린 혈세도 천억원에 달한다.

공공앱의 폐해는 비단 쓰고 안쓰고의 문제가 아니다. 공공분야도 하나의 시장인만큼 민간 서비스의 성장을 막는게 가장 큰 문제다. 정부가 업무용 소프트웨어(SW)를 자체 발주하고 이를 전부처와 기관에 무상배포해 멀쩡한 민간SW업체들이 폐업위기에 처한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국내 업체들과 서비스가 부실해지니 빈자리를 막대한 자본력을 갖춘 해외 기업들이 차지한다. 우리 기업을 키워야할 정부가 도리어 역차별을 저지른 셈이다.

더욱이 대부분 공공앱들은 태생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져 종국엔 이용자들의 외면을 받는다. 시장에서 고객들의 냉정한 평가를 받으며 죽기살기로 서비스 품질과 성능을 개선해온 민간앱을 공공앱이 쫒아가기란 애시당초 불가능하다. 처음 한동안은 세금으로 연명해도 어느새 소리소문없이 사라진다. 그래서 공공앱은 민간이 하지 못하거나 민간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분야로 한정되어야 한다. 학계와 업계의 견해도 대부분 일치한다. 정부의 과도한 개입은 양질의 민간 서비스를 구축하는 동시에 시장을 왜곡한다.

그런데 최근 공공앱 개발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든다. 여야 대선후보들이 한 목소리로 집권시 공공 택시호출앱 개발과 수수료 인하를 거론하고 나선 것이다. 모두 택시관련 단체와의 만남 자리에서 나온 얘기다. 카카오 등 플랫폼에 종속된 택시기사들의 어려움을 공공앱으로 해소해야한다는 취지이다. 하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붙는다.

앞서 서울과 부산, 수원, 진주, 인천 등지에서 지자체 주도의 공공택시앱이 등장했지만 대부분 이용률이 저조하거나 택시기사들의 호응을 얻지못하며 사실상 실패했다. 경쟁서비스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나 특화서비스 개발 없이 무조건 낮은 수수료와 막연한 택시기사들의 결속, 그리고 이용자들의 '착한 소비'에만 기대려해서다. 역설적으로 소비자들이 '나쁜' 카카오를 애용하는 것은 더 편리하고 고객 친화적이어서다.

앞서 시작한 공공 배달앱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않다. 대부분의 지자체 공공 배달앱은 초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개점효과를 누리지만 이내 유지관리에 허덕인다. 문을 닫는 앱들도 적지않다. 그나마 성공적이라는 경기도 배달특급 역시 최근 3년간 투입된 운영비가 200억원이 넘는다. 세금으로 연명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공공앱이 전가의 보도가 아닌 것이다. 거대 플랫폼의 불공정 거래나 갑질이 문제라면 면밀한 규제와 플랫폼간 경쟁 활성화 정책으로 바로 잡는게 맞다.

그럼에도 '선의'로 포장된 공공앱이 자꾸 거론되는 이유는 뭘까. 자영업자 시장의 과포화 해소, 택시구조 개편과 모빌리티 혁신 같은 본질은 회피하고 선거를 앞두고 관련 집단의 표심만 자극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 같아 내심 불편하다.

조성훈 정보미디어과학부장
조성훈 정보미디어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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