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코인'이 금지된 나라, 디지털 금융을 꿈꾼다?

[광화문]'코인'이 금지된 나라, 디지털 금융을 꿈꾼다?

박재범 증권부장
2022.03.03 05:13

# 지난 1일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이 가상자산사업자 실태 조사 결과를 내놨다. 국내 가상자산시장에 대한 첫 조사다. 공식 통계로도 처음이다.

조사에 따르면 가상자산 시장 시가총액은 55조원 규모다. 코스닥 시장의 1/6 정도다. 24개 거래소의 일평균 거래 규모는 11조3000억원인데 4대 거래소 비중이 95%(10조7000억원)를 차지한다. 코스닥 일평균 거래대금과 맞먹는다.

이 '현실'이 갑자기 우리 앞에 다가온 것은 아니다. 2017년 하반기 이른바 '코인 광풍' 때 현실은, 이후 '코인 탄압' 때 현실은, 지금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산은 존재했고 시장은 작동했다. 애써 모른 척 했을 뿐이다. 눈을 가린다고 현실이 사라지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 정부는 법과 제도에 따라 정책을 집행한다. 시장은 그 제도에 맞춰 움직인다. 실력은 법과 제도가 미비할 때 확인된다. 새로운 도전, 새로운 시장 등을 어떻게 진단하고 대응할 것인가의 문제니까.

4년전 정부는 과감하게 현실 부정을 택한다. 2018년 1월 박상기 법무장관의 발언이 나온다. '가상화폐거래는 도박' '가상화폐 거래 금지 검토' '거래소 폐쇄 검토'….

코인 시장에선 당시를 '박상기의 난'으로 정의한다. 2022년의 시각으로 보면 얼토당토않지만 정부의 '지침'은 그대로다. 정부는 2018년 지침을 공식적으로, 또는 비공식적으로 수정한 적이 없다. ICO(가상자산 발행) 금지 등 현행 가상자산 정책은 '박상기의 난'에서 출발한다. 그 기조는 현재도 유효하다.

금융회사의 가상자산 투자, 가상자산업자의 금융사 지분 투자 등도 지침에 따르면 안 된다. 하지만 투자와 거래 등이 빈번하게 이뤄진다. '가상자산을 현실로 인정하는 분위기'라며 4년전 지침을 조용히 묻어버린다.

# 현실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변화로 평가할 수 있다. 제도화의 출발점일 수 있기에 더 그렇다. 국회엔 가상자산업권법 제정안만 7개가 제출돼 있다. 가상자산 관련 내용을 담은 전자금융업법 개정안, 특정금융거래정보법 개정안 등까지 포함하면 모두 13개다.

금융당국도 업권법 제정 흐름에 동참한다. 또 증권성 검토위원회를 만들어 증권형 코인 분류 등을 심사한다. 4년전과 비교하면 다른 세상이다.

게다가 유력 대선 후보들이 경쟁하듯 ICO 허용, 과세 유예 등 '가상자산 시장 활성화'를 외친다. 젊은층 공략용이든, 어쩔수 없는 현실 인정이든 방향은 잡혔다. 2018년과 정반대 방향으로의 급변경이다. 그렇다면 5년 뒤 우리는 어떤 '현실'을 만날까.

# 큰 기대는 없다. 업권법을 제정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ICO 허용, 과세 등도 지엽적 문제다. 제기되는 개별 이슈에 대응하다보면 '찔끔찔끔 정책'이 불가피하다. 회계 처리와 과세 문제만으로도 허송세월하기 충분하다.

우리가 인정해야 하는 현실은 눈앞의 '코인 시장'이 아니다. '디지털 자산'이 구동되는 '디지털 생태계'에 대한 자각이 먼저다. 그 '현실'은 경험하지 못했던 '현실'이자, 우리가 경험할 '현실'이다.

그래서 종합적, 복합적 고민과 접근이 필요하다. 예컨대 금융의 출발이 '자산'의 보관과 운용이라면 실물 '자산'처럼 디지털 '자산'도 금융의 대상이다. 실물 자산처럼 디지털 자산의 수탁·보관, 매매·중개, 인수 평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실물 자산에 적용했던 법과 제도를 즉자적으로 대입할 수도 없다.

법과 제도 정비보다 비전과 전략의 수립이 먼저인 이유다. 대선 후보들이 가상 자산 공약을 외쳤다한들, 비전과 전략이 없다면 새 정부 5년은 그대로 '순삭'이다. 그 책임은 정부에게 있다. 2022년은 청년희망적금 상품 개발이 아니라 디지털 환경, 디지털 금융에 대한 전략을 고민할 시기다. 금융당국의 역할은 상품 개발·심사가 아니라 비전과 전략 수립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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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범 편집국장

박재범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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