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 하시겠죠. 그보다 더 좋은 분이 오시긴 어렵지 않을까요."
이창용 IMF(국제통화기금) 아시아·태평양 담당국장이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로 지명됐다는 소식을 듣고 한 금융권 관계자가 한 말이다. 지난 24일 청와대는 이 국장을 신임 한은 총재 후보로 낙점했다고 발표하면서 윤석열 당선인 측과 의견을 수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30분 후 윤 당선인 측에선 한은 총재 인사를 청와대와 협의하거나 추천한 바 없다고 발표했다.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감사원 감사위원 후보자 지명 등을 놓고 신구 권력간 신경전이 이어진다. 겉으로는 '협치'를 내세웠지만 한은 총재 지명을 두고 양측 입장이 엇갈리면서 갈등은 수면 위로 드러났다. 무엇보다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할 중앙은행 수장 자리를 두고 여야가 힘겨루기하는 장면이 국민들에게 그대로 전해졌다.
문제는 우리가 처한 경제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그에 따른 환율·유가 급등, 5개월 연속 3%대 물가상승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빅스텝 금리인상 시사 등 새 총재가 짊어지게 될 짐이 결코 가볍지 않다. 시장에서는 이 후보자가 학식과 정책 집행 경험, 국제 네트워크 등을 바탕으로 위기를 뚫고 나가길 기대한다.
한은 내부에서도 이 후보자를 향한 기대감은 높다. 이주열 총재가 해결하지 못했던 낮은 임금인상률과 인사 문제의 해결을 바라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 한은 노조 설문조사 결과, 이 총재의 통화정책에 대한 평가는 우수했지만 내부 경영에 대해선 C·D등급 평가가 전체의 66%를 차지했다. 이 때문에 신임 총재로 외부 출신을 원한다는 답변이 과반수를 넘기도 했다.
현재 미국에 있는 이 후보자는 오는 30일 귀국할 예정이다. 한은은 인사청문회에 대비해 조만간 인사청문회TF(태스크포스)를 구성할 예정이다. TF사무실은 이미 마련돼 있다. 총재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에도 국회 인사청문회 등 절차 등을 고려하면 다음달 초까지의 공백은 불가피하다.
우리나라도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예상되는 만큼 통화긴축의 시대를 맞아 한은 총재의 역할은 그 어느 시기보다 중요하다. 경기회복과 통화정책 정상화라는 큰 숙제를 안고 시작하는 만큼 차기 중앙은행 수장에겐 정치적 다툼보다 응원이 필요한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