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시가총액 기준 20대 기업 이사회 전체를 통틀어 한국계가 아닌 외국인 사외이사는 단 두 사람이 있다. 국내 대기업들은 사업을 고도로 국제화하면서 이제 외국인 임원들을 많이 보유한다. 외국인 주주 비율도 높다. 그러나 해외 기업들에 비하면 이사회 국제화는 미진하다. 외국인 사내이사는 현대자동차에 유일하다. 삼성전자에는 외국인 사외이사가 없고, 삼성물산에 한 사람, 현대모비스에 한 사람 있는 정도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초까지 외국인 사외이사가 두사람이었다. 가장 외국인 비율이 높았던 회사다.
사외이사제도 도입 초창기에 한 은행에서 해외에 있는 외국인 대학교수를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그러나 사외이사가 필요로 하는 정보와 자료가 충분히 전달되지 못했고 요즘처럼 화상회의가 편리한 것도 아니었다. 회의 통역도 어려워 회사와는 물론 이사들간에도 소통에 문제가 컸다. 그 사외이사는 오래 재임하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지리적 측면에서 국제적 활동에 큰 불편이 없는 유럽 기업들의 이사회는 다양한 국적으로 구성된다. 예컨대 지구상에서 가장 국제화된 나라인 스위스의 노바티스 이사회는 13인인데 이사들의 국적은 모두 7개국이다. 독일(2), 뉴질랜드, 미국(3), 영국(2), 스페인, 네덜란드(2), 스위스(5) 등이다. 숫자가 맞지 않는 이유는 4인이 이중국적이기 때문이다. 스위스 기업들에서는 이사회뿐 아니라 회사 임직원들의 국적이 전반적으로 그와 유사하다. 대다수 스위스 기업들의 업무 언어는 영어다.
일반적으로 외국인 사외이사는 독립성 측면에서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경영진과의 사회적 관계가 내국인 사외이사보다 적어서다. 외국인 사외이사는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 측면에서도 좋다. 이미 1980년대에 일부 미국기업들이 운영상의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일본기업 경영자들을 사외이사로 영입해 큰 성과를 거두었다는 보고도 있다. 외국인의 경우 이사회 참가가 불편하다는 문제는 있지만 이는 정보통신 수단을 활용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고 상법도 그를 적극 허용하는 방향으로 변화되어 왔다.
회사 이사회의 외국인 사외이사 비중과 회사의 국제사업, 나아가 기업가치 사이에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발견된다는 실증연구들이 있다. 해당 연구는 국제적 경험이 많은 내국인 사외이사의 비중 증가도 마찬가지 효과를 발생시킨다고 보고한다. 따라서 그 두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사외이사의 비중이 해당 기업의 이사회, 나아가 지배구조 평가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한다.
기술적 문제의 해결은 매우 중요하다. 잘못되면 외국인 사외이사의 이사회 참석이 이사회 자체의 효율을 저하시키게 된다. 그로닝엔대 연구팀이 15개국 361개 회사의 5,683명의 이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한 연구는 바로 그 문제 때문에 이사회들이 이른바 '근접성'이 높아 이사회에 잘 융합될 외국인을 영입한다고 보고한다. 즉, 역사적, 문화적, 지리적으로 기존 멤버들과 가까운 외국인을 선호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계 외국인 사외이사들이 여기 해당할 것이다. 그리고 이 차원에서 한국과 가장 근접한 나라는 미국이다.
이사회의 국제화가 많이 부족하다는 사실은 우리 기업들의 규모와 글로벌 경제에서의 비중에 잘 맞지 않고 의외다. 나라 전체의 모습과 비슷하고 우리 대학들도 마찬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외국인 비중을 더 늘리고, 대안으로 내국인 사외이사 영입에서 국제적 경험을 중요한 요소로 반영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