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진칼럼]국제표준화기구에 한국 회장 탄생해야

[김화진칼럼]국제표준화기구에 한국 회장 탄생해야

김화진 기자
2022.07.19 02:05
김화진 /사진=김화진
김화진 /사진=김화진

국내 한 상장회사에 신규 투자를 검토하는 글로벌 투자자가 투자 여부와 규모를 결정하는 데는 여러 가지 고려사항이 있을 것이다. 투자를 늘리거나 철수를 결정할 때도 마찬가지인데 그중 하나가 기업지배구조와 컴플라이언스다. 회사가 투명한 경영 구조를 갖추고 있고 준법경영 이념에 맞는 효과적인 내부통제시스템을 갖추고 있는가.

그런데 수십개국에 투자하는 글로벌 기관으로서는 각 투자대상 회사의 준법경영시스템을 일일이 평가하기가 어렵고 비용이 막대하다. 각 나라별로 관련 법률과 실무가 상이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사업 내용을 인정받은 기업이라 해도 투자할 수가 없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장애가 발생하면 해당 기업의 본국은 물론이고 글로벌 자본시장의 발전이 저해된다.

국제무역에 사용되는 컨테이너의 크기가 나라별로 제각각이라면 해상운송의 효율이 떨어지고 비용이 높아진다. 그래서 국제 표준규격이 정해져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경우도 마찬가지고 거의 모든 공업생산품, 기술 등에 국제표준이 정해져 있다. 그렇다면 준법경영시스템 같은 프로세스에도 국제표준을 정해 활용하면 어떨까. 글로벌 투자가 촉진되고 자본시장과 기업의 효율이 증가할 것 같다. 물론, 이미 해법이 나와서 사용되고 있다.

세계 각국에는 국내용 표준화기관들이 있고 아태, 유럽 등 지역을 커버하는 지역표준화기구가 있다. 그리고 글로벌 경제 시대가 도래하면서 국제적인 표준화기구가 생겼는데 IEC(국제전기기술위원회), ITU(국제전기통신연합), 그리고 표준화기구의 맏형인 ISO(국제표준화기구)가 있다. ISO는 1947년에 출범해 지적, 과학, 기술, 경제 등 일반 분야의 국제표준을 제정하고 보급한다. 124개 정회원국을 포함, 160개국 이상이 참여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2만4천 종이 넘는 표준을 채택했다. 이 표준들은 글로벌 경제의 플랫폼이다.

ISO는 하드웨어적인 것뿐 아니라 준법경영시스템 같은 프로세스에도 국제표준을 정해 인증을 수행한다. 예컨대, ISO 37001은 부패방지 경영시스템 국제표준이고 ISO 37301은 준법경영시스템 국제표준이다. 한국경영인증원이 ISO 37301 경영시스템 인증기관인데 기업 조직의 청렴성과 컴플라이언스에 대한 인증심사를 시행한다. 최근 강조되고 있는 ESG경영으로 인해 ISO 37301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필자가 어릴 때만 해도 기업들이 한국산업표준, 즉 'KS마크'를 획득했다고 자랑하는 광고를 많이 했다. 국내에서 관련 기술 개발의 선두주자라는 의미도 크고 내가 표준을 설정했기 때문에 관련 제품의 생산에서 앞서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강자가 되어서 그런 광고는 사라졌다. 대신 'ISO인증'이 홍보된다.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ISO는 오는 9월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 총회에서 2024년부터 ISO를 이끌 차기 회장을 선출한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현대모비스 조성환 대표가 후보로 나섰다. 중국의 데청 왕 중국기계과학연구총원 이사장과 경합을 벌이게 된다.

조성환 대표는 한국이 배출한 최고 엔지니어의 한 사람이다. 필자의 대학생 시절에는 기계공학이 최고 인기 학과였는데 조성환 대표는 서울공대 기계공학과 수석에 스탠퍼드공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탄탄한 이론가로 출발해 현대자동차그룹에서 28년간 일하고 CEO에 올랐다. 미래모빌리티를 주도하는 현대모비스의 선장으로 미래기술에 대한 비전을 상징한다. 학력과 경력에서 잘 나타나듯이 글로벌 감각과 경험을 갖춘 세련된 경영자이기도 하다.

한국은 ISO 국가별 활동 순위 8위인데도 아직 회장을 배출하지 못했다. 물론 한국이 회장을 맡는다고 해서 한국 기업들에게 저절로 무슨 혜택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국제기구의 수장은 해당 기구의 설립목적에 우선 복무해야 한다. ISO 회장은 글로벌 시장이 필요로 하는 하드, 소프트 국제표준 개발 시스템의 구축을 주도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 출신 회장의 선출은 한국의 위상을 제고 함은 물론이고 한국기업들에게 국제표준을 주도할 공정한 기회를 보장해 줄 것이다. 그리고 1997년 외환위기 이래로 기업지배구조의 개선과 준법경영시스템 구축 같은 분야에서 가장 많은 경험과 실적을 갖춘 나라인 한국 출신의 회장은 ISO가 향후 관련 분야로 영역을 넓히는데 특별한 기여를 할 수 있고 그 결과로 한국 자본시장과 기업들의 발전과 글로벌 평가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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